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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해양수도권, 해양금융에 달려 있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  |   입력 : 2026-07-19 18:49:3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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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진흥공사는 스마트항만 창업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업 지원 플랫폼 ‘1876 BUSAN’을 운영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 경쟁력을 갖춘 나라다. 해운산업 역시 오랜 침체를 딛고 다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다 해양수산부와 HMM 등 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북극항로 시범운항, 해사법원 설치 등으로 부산은 명실상부한 남부 해양수도권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해양수도권 성공에는 다양한 조건들이 있다. 해수부의 해양행정 지원, 거래 당사자인 선주와 화주의 부산 집결, 해사법원 등 해양법률 서비스, 양질의 해양인재, 풍부한 해양금융 지원, 북극항로 거점 항구, 해양자산거래소 등이 유기적으로 잘 작동되어야 부산은 비로소 싱가포르 상하이와 맞짱 뜰 수 있는 글로벌 해양수도가 될 수 있다.

언급한 여러 조건 중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핵심은 해양금융이다.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이지만 금융지원 없는 산업 발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양수도권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친환경 선박 전환, 자율운항선박 개발, 스마트항만 구축, 북극항로 대비 인프라 구축, 경쟁력 있는 금융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해양산업 분야 금융 공급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일반 정책금융기관과 해양산업 특화 정책금융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대부분을 맡고 있다.

하지만 정책금융만으로는 해양수도권 금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민간 자본이 자연스럽게 해양산업으로 흘러드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현실적 제도적 여러 한계로 아직 미미하다.

2010년대 중반 한진해운 파산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는 국내 민간 금융기관들에게 뼈아픈 손실과 트라우마를 남겼다. 과거의 부정적 학습효과는 지금도 여전히 선박금융과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기피하게 만드는 장벽이 되고 있다. 대규모 자금과 장기투자가 요구되는 해양금융의 특성도 민간금융 기관들의 투자를 막는 요인이다.

여기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규제는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선박금융은 일반 부동산 담보대출보다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이 최대 4배 가까이 높게 책정된다. 똑같은 금액을 대출해 주더라도 은행 입장에서는 자기자본 부담이 급증해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구조다.

국내 민간금융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 리스사의 공세는 가히 위협적이다. 사실상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금융조건을 제시하며 한국 선박금융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제 해양금융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해양금융의 특성을 반영한 위험가중자산 산정체계를 개선하고 장기투자에 적합한 자본규제 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책금융기관 상호 간, 또 정책금융기관과 민간금융기관이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한층 정교해져야 한다. 해진공은 지금 정책금융기관은 물론 BNK부산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과의 협업금융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해진공은 또 민간과 기관투자자들의 자본을 선박 등 해양자산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일명 국민선주제도인 선박조각투자 사업을 올 하반기 론칭하고, 한국형 선박 조세리스 제도 도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양금융의 체질을 바꾸는 일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 정책금융기관, 민간 금융권이 함께 역할을 나누는 새로운 해양금융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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