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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요마가 창단한 ‘실크로드 앙상블’. |
음악사에서 19세기 후반을 후기낭만 혹은 국민악파라고 부른다. 이때까지 유럽 음악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주도 아래 있었다. 국민악파는 이 세 나라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국의 전통과 음악을 소재로 하려는 음악을 말한다. 물론 이런 자국의 전통적 음악을 소재로 한 경우는 그 이전에도 있어 왔다. 낭만 초기 쇼팽의 마주르카, 폴로네이즈나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등이 그 보기이다. 그들의 조국인 폴란드나 헝가리가 느껴진다.
그러나 국민악파의 역사적인 효시는 통상 무소르그스키, 보로딘, 림스키 코르사코프 등이 활동한 러시아 5인조를 꼽는다. 5인조를 시작으로 국민악파의 정신은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다. 대표적인 나라와 작곡가를 보면 체코는 스메타나·드보르자크, 노르웨이는 그리그, 핀란드는 시벨리우스, 덴마크엔 닐슨, 스페인에는 알베니스·그라나도스·파야, 영국은 엘가·본 윌리암즈·홀스트, 멕시코엔 차베스, 브라질엔 빌라 로보스, 아르헨티나엔 히나스테라, 미국은 아론 코플랜드 등이 있다.
이 작곡가들을 배출하면서 이 나라들의 음악은 진정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국민악파의 영향으로 음악은 진정한 세계화의 길을 가게 되고 개성 있는 작곡가와 걸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국민악파의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국적 취향이다. 자국의 문화만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취향이다. 러시아인인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대표작인 ‘세헤라자드’나 오페라 ‘사드코’ 등은 모두 인도, 아랍이 그 배경이다. 서유럽 작곡가들의 스페인에 대한 경도도 그런 보기이다. 스페인은 집시와 플라멩코, 투우사와 정열적인 기질 등 매력적인 소재가 많다. 프랑스 작곡가들인 비제의 ‘카르멘’이나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 등이 그런 경향이 구현된 대표적 작품이다.
20세기로 넘어가면 다양한 현대음악 사조들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악파의 흐름은 계속 이어진다. 바르톡, 코다이, 스트라빈스키, 야나체크 같은 작곡가들은 현대적이면서도 강한 민족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한편, 작곡가 쇤베르크는 민족주의적 경향에 대해 강한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민요나 전통적인 음악은 역사적 발전을 외면하고 대중적인 정서에 영합하려는 한계를 보이고 또 민족적인 그것만 추구하면서 음악의 순수한 보편성을 훼손한다고 여겼다. 쇤베르크는 예술 음악이란 오로지 작곡가들에 의해 화성과 대위, 변주와 치밀한 논리와 구성으로 발전되는 그런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쇤베르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악파는 작품으로 살아남아 있다. 국민악파는 각 나라의 문화와 음악이 존재하는 한 다른 악파처럼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여겨진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1998년 창단한 실크로드 앙상블이란 단체가 있다. 이들은 극동 중앙아시아 중동까지 실크로드에 있는 20여 개국의 연주가와 작곡가, 스토리텔러들로서 각국의 전통음악을 소개하고 또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고 있다. 범 아시아적인 이들의 음악에선 이미 국경도 장르도 넘어버린 듯하다. 이들은 그래미상 월드뮤직을 수상했고 그 여정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최근엔 아시아를 넘어 범세계적인 음악으로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단순히 과거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만났을 때 우리가 미래를 향한 어떤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실험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라고 요요마는 말하고 있다. 세상은 넓고 음악은 다양하다. 이런 민족주의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 음악을 풍요롭게 하리라 본다. 다르면서도 같은 길을 가는 그것이 음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