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해수욕장이 속속 개장하며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올여름 패류 업계는 예년과 다른 계절을 보낸다. 봄이 지나면 사라졌어야 할 마비성패류독이 일부 해역에서 여전히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름철 특정 해역에서 패류독이 일시적으로 발생한 사례가 있었지만, 올해처럼 봄철에 거의 소멸했던 독소가 다시 확산돼 한여름까지 기준치 초과 상태가 이어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또 최근 여름철 패류독 발생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패류독은 그 이름 때문에 패류가 스스로 만드는 독소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독소를 생산하는 것은 유독 플랑크톤이며, 패류는 이를 먹이로 섭취해 체내에 독소를 축적한다. 따라서 패류의 독성은 해역에 분포하는 유독 플랑크톤의 종류와 밀도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연안에서는 대체로 초봄부터 패류에서 마비성 독소가 검출되기 시작해 수온이 오르면서 독성도 증가하고 4월 중순께 최고치에 이른다. 이후 수온이 더 상승하면 독성은 점차 감소해 소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독소를 생성하는 플랑크톤이 4월 중순 무렵의 수온에서 가장 활발히 증식하고, 그보다 높거나 낮은 수온에서는 생육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교적 뚜렷한 계절성을 나타내므로 패류독은 ‘봄철의 위험 요소’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2월 초 일부 해역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마비성패류독이 검출되면서 패류 채취금지 조치가 취해졌고, 그 범위도 점차 확대됐다. 5월 말에는 전 해역의 채취금지가 해제되면서 패류독은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부산 경남 일부 해역에서 다시 기준치를 넘는 패류가 확인됐고, 7월 초까지 채취금지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그 원인을 유독 플랑크톤 우점종의 변화로 설명한다. 초기에는 15~20도에서 잘 증식하는 ‘알렉산드리움 카테넬라’가 우세했지만, 이후에는 적정 수온이 20~25도인 ‘알렉산드리움 퍼시피컴’으로 우점종이 교체됐다. 즉, 저온성 유독 플랑크톤 종이 사라질 무렵 고온성 종이 그 자리를 채우며 패류독 발생 기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들 유독 플랑크톤은 이전부터 우리 연안에 분포했던 종이므로, 결국 환경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 여름철에 패류독이 반복될 수 있음을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 또 생리적 특성이 서로 다른 복수의 유독 플랑크톤 종이 번갈아 관여하면 패류독 발생 기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마비성패류독은 봄철에만 나타나는 위험 요소라는 오랜 상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다.
해양수산부는 생산단계 수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오랫동안 패류독 안전관리체계를 운영해 왔다. 이 체계는 수과원이 축적한 해역별·계절별 패류독 자료와 식중독 발생 이력, 양식장 분포, 생산 시기 등을 바탕으로 구축됐다. 특히 위험한 시기와 해역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업인 단체가 합동으로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생산제한 등 조치를 시행하면서 국민 식탁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에서 패류독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관리체계는 국민 건강 보호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독 플랑크톤의 관여가 확인된 만큼, 현재의 패류독 안전관리체계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국 연안에 대해 독소와 원인 플랑크톤을 연중 상시 감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예산이나 인력 등의 현실적인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최근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독소 및 유독 플랑크톤에 대한 감시·관리체계가 적절한지를 평가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바다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이 변화는 국민 식탁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패류독의 계절이 달라지고 있다면, 이에 대응하는 관리체계 역시 위험 요소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