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도약의 기대를 품고 민선 9기 부산시정이 닻을 올렸다. 새로운 시정의 힘찬 출범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면서도, 막상 당면한 지역 경제 현장을 돌아보면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과거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축이었던 부산은 이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도시라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경제의 뿌리이자 버팀목인 중소기업의 상황 역시 한계에 다다랐다. 고금리와 고물가, 인건비 상승이라는 3중고 속에서 생산성 저하와 구인난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출범한 민선 9기 부산시정은 지금이 부산의 미래를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라는 엄중한 인식 하에,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과 속도감 있는 정책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시 뛰는 부산을 염원하는 한 명의 부산 중소기업인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대기업 및 미래 신산업 앵커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그동안 부산은 관광 서비스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왔으나, 지역 경제를 견인할 핵심 제조업과 첨단 산업의 부재는 늘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도 전통 제조업의 고도화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 대기업을 유치하는 데 시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 유치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들어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며, 이는 곧 고부가가치 부품 소재 산업 활성화와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창출될 것이다.
둘째, 가덕도신공항의 조기 개항과 2본 활주로 건설을 확고히 추진해야 한다. 남부권 균형발전의 핵심 인프라이자 부산이 세계적인 물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로 제대로 된 관문공항 확보다. 가덕도신공항은 24시간 운영 가능한 해상공항으로, 여객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물류를 처리할 수 있는 복합 물류 거점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계획된 단일 활주로 체제로는 급증하는 글로벌 물류 수요와 항공 수요를 완벽히 수용하기 어렵다. 진정한 남부권 관문공항이자 글로벌 허브공항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활주로를 2본으로 건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바로 ‘조기 개항’이다. 가덕도신공항은 당초 2029년 개항, 2032년 완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 지난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하고 입찰이 지연되면서 현재는 2035년 개항과 준공을 단일화하여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공항 건설 지연은 곧 지역 경제 전반의 기회비용 상실을 의미한다. 가덕도신공항이 조속히 개항돼야만 이를 중심으로 건설될 공항 배후도시와 물류단지에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민선 9기 부산시는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예산 확보와 행정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공항과 항만, 철도가 연계되는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 네트워크 완성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통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남부권 경제 축을 완성해야 한다. 오늘날 글로벌 경쟁은 도시와 도시 간 경쟁을 넘어 메가시티(초광역권) 간 경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구 323만의 부산 단독으로는 2610만의 수도권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이 하나의 경제 체제이자 생활권으로 묶이는 부울경 메가시티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인 것이다. 과거 정치적 이해관계나 행정적 절차의 한계로 인해 주춤했던 초광역 협력 체계를 민선 9기 시정에서 다시금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성공을 위해서는 산업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부산의 금융·IT·서비스, 울산의 자동차·조선·화학, 경남의 방산·원전·항공우주 등 각 지자체의 특화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초광역 고도화 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도시 경쟁력은 그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경제 주체들의 활력에서 나온다. 대기업 낙수효과가 지역 중소기업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신공항 건설과 메가시티 구축의 효과가 지역 골목상권까지 스며들 때 부산 경제는 진정한 자생력을 갖게 된다.
신임 시장과 시정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에 나선다면, 부산은 위기를 극복하고 눈부신 번영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민선 9기 부산시가 과감한 도전과 혁신으로 ‘다시 뛰는 부산’의 위대한 이정표를 세우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