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5인조 걸그룹 리센느 리더 원이가 올린 유튜브 영상이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일본인 멤버 미나미의 집을 찾은 자리였다. 미나미가 동생 방을 보여주자 현장에 있던 PD가 “뭔가 덜컹 소리 났는데. 무섭노”라고 했고, 원이도 웃으며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받았다.
며칠 뒤 한 지역방송 PD가 SNS에 “여성 아이돌과 PD가 사이좋게 ‘노노’를 주고받고 있어 속상했다”는 글을 남기면서 불씨가 붙었다. 문제는 ‘무섭노’가 경상도 사투리인지, 아니면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서 굳어진 혐오 표현인지였다.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쟁은 순식간에 확장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영남 방언과 일베식 ‘~노’는 구별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할 목적으로 종결어미 ‘노’를 기계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말끝 하나로 사상을 검증하려 한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리더 원이가 경남 거제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사실 부산·경남 지역에서 “머하노” “와이리 무섭노” 같은 표현은 전혀 낯설지 않다. 일상적인 말투 속 종결어미일 뿐이다. ‘말투 감별’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잣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문제다. 말 한마디를 근거로 의도를 추정하고, 이를 정치적 성향으로 낙인찍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비슷한 논란은 드라마와 웹툰 영역으로까지 번졌다. 시청률 20%를 넘기며 흥행 중인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은 원작 웹툰 작가 박태준 씨의 과거 작품 ‘외모지상주의’와 연결되면서 일베 논란에 휘말렸다. ‘외모지상주의’ 주인공이 초시계를 보며 ‘5분 23초’라고 말하는 장면을 두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이날 조 전 대표가 “5·23 사용 이유는 의문”이라고 말해 다시 논란이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일상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배재고 스타벅스 응원 사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단순한 행동과 표현이 내부적으로 지도와 반성의 기회를 통해 정리될 수 있었던 사안인데 어느 순간 사회적 논쟁으로 번졌다는 지적이다.
언어와 행동을 둘러싼 이런 과잉 해석은 결국 우리 사회 전반의 경직성과 맞닿아 있다. 말끝 하나로 정치적 판정을 받는 사회라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편하게 말할 수 있을까. 세상 와이리 각박하노.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