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를 처음 본 사람들은 흔히 “세계에서 가장 큰 LED 광고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표현이다. Sphere는 광고시설이 아니라 세계인이 라스베이거스를 다시 찾게 만드는 관광 콘텐츠 공간이자 ‘경험 플랫폼’이다. 사람들은 광고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오직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압도적인 경험을 위해 도시를 찾는다. 이것이 AI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스피어는 2019년 착공해 2023년 개관했다. 총사업비는 약 23억 달러, 한화로 3조 원이 넘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LED 미디어와 초고해상도 몰입형 스크린, 입체음향, 진동, 바람, 향기까지 결합한 이 공간은 공연장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연간 25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로 성장했고, 공연과 몰입형 전시, 스포츠 이벤트, 기업행사, 디지털 광고 등을 통해 연간 1조 원 안팎의 매출을 창출한다. 총사업 투자비를 뛰어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스피어는 공연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세계 최대 ICT 전시회인 CES 기간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컨벤션으로 활용된다. 2025년 Delta Air Lines의 창립 100주년 기념 기조연설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항공사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미래 항공여행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만들었다. 기업 발표가 공연이 되고, 컨벤션이 관광상품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는 세계에서 광고비가 가장 비싼 장소이지만 사람들은 광고를 보기 위해 찾지 않는다. 대규모 LED 광고판들로 도시 랜드마크가 된 그곳의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며 유니크한 경험을 위해 방문한다. 도쿄 시부야는 대형 디지털 스크린과 실시간 콘텐츠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차로 발전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는 미디어아트와 조명, 분수, 건축을 결합해 하나의 공연장으로 변화시켰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광고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판매한다는 데 있다.
얼마전 광화문에서 BTS 컴백 라이브콘서트에서 광화문일대 대형 LED 광고판들이 아미들에게 새로운 경험의 장을 펼쳐주었다. 부산 역시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해운대 해변로를 들어서면 아우디 건물과 그랜드 조선의 대형 옥외 LED는 다양한 콘텐츠들로 거리 풍경을 바꾸며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큰 전광판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경험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부산의 돔구장 논의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일본의 도쿄돔, 교세라돔,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은 야구장을 넘어 공연과 전시, 기업행사, 쇼핑과 호텔이 결합된 복합도시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AI시대 부산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야구와 공연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국제회의, 디지털 미디어, 몰입형 전시, K-콘텐츠, 첨단기업 발표, AI 체험이 가능한 미래형 플랫폼으로 설계해야 한다. 부산은 라스베이거스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자산을 갖고 있다. 바다다. 북항, 해운대, 광안리, 광안대교, 부산오페라하우스, 벡스코, 크루즈와 요트가 이미 세계적인 잠재력을 가진 기반 콘텐츠다. 여기에 미래형 돔과 AI 미디어, 디지털 옥외광고를 연결한다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경험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필자는 이를 ‘Busan Ocean Sphere’라고 부르고 싶다. 하나의 건축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낮에는 야구와 국제회의, 전시가 열리고 밤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미디어아트와 K-POP 공연, 드론쇼, AI 콘텐츠가 펼쳐지는 풍요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 플랫폼이다. 연간 300만 명의 세계인들이 찾아오게 하는 스피어 방식의 미래형 돔으로 설계되어야한다. 부산은 지난해 외래관광객 360만 명을 기록하며 관광·컨벤션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오션 스피어가 연간 300만 명 규모의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면 부산은 외래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현실화할 수 있다. 부산도 가능하지 않냐고, 미래세대들에게 말하고싶다. 지역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시장을 대상으로 세계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벌써 즐겁지 않느냐고.
도시의 경쟁력은 더 이상 건물 높이나 광고판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도시를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경험을 만들어 내느냐가 경쟁력이다. 일본의 돔과 라스베가스 스피어의 장점들을 잘 분석해 부산이 만들어야 할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세계 최초의 ‘Ocean Sphere’다. 그것이 해양수도 부산이 세계 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가장 부산다운 미래 전략의 한축이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새로운 도시 유산이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