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난 25일 졸전 끝에 남아공에 0-1로 패한 뒤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는 우리를 외면했다. 32강 탈락이 확정되자 전술 부재와 선수 기용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홍명보 감독은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조별리그 탈락의 화살은 홍 감독은 물론 대한축구협회(축협)로 쏟아졌다. 선임 당시부터 여러 논란이 있었고, 결국 무리한 감독 선임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2024년 독일 슈퍼스타 출신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조기 해임 후 축협은 다시 홍명보 감독을 불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1승도 없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감독을 재기용하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고려대라는 축구계의 거대한 인맥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13년째 축협 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 인사권을 쥔 이들이 홍 감독과 같은 고려대 출신이다. 많은 외국인 감독이 지원했지만 축협은 홍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 축협의 내부 자정기능이 망가진 상태였다. 투명하지 못하고 면밀한 검토가 없었던 감독 선임은 48개 팀 체제로 치러진 첫 월드컵에서 32강 탈락이라는 비참한 결과로 되돌아왔다.
이번 사태는 견제와 감시 없는 권력, 이를 방조하는 망가진 내부 시스템이 미래에 어떤 참혹한 결과의 원인이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 역시 깊이 들여다보며 성찰해야할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광주와 호남에 진행한다고 해서 떠들썩하다. 투자 규모도 역대급으로 크지만 입지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유가 작동했다는 논란이 인다.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정청래 당 대표로 대변되는 범친문(친문재인)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야당은 민주당 최대주주인 호남 당원들의 마음을 사고 범친문계 후보의 득표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정부가 호남 투자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한다. 국정 지지율 하락에 집토끼 사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수적인 전력 용수 인력 소부장 협력업체 등 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건이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국가대표다. 충분한 검토 없는 결정이 어떤 후과를 불러올 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