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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19.09포인트(5.81%) 내린 8411.21에 장을 마감했다. |
우리 증시에 변동성이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운다. 지난주에만 서킷 브레이커가 2번 발동될 정도로 급등락이 반복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 두 종목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주가상장지수(ETF)에 수급이 몰리면서 증시는 ‘국가가 공인한 도박판’으로 변질됐다. 내달 국내 주식 비중이 꽉 찬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위한 매도에 나서면 시장이 다시 출렁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정부가 증시를 6·3지방선거와 국정 지지율을 위한 레버리지로 사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망가진 증시의 변동성 만큼 국민의 심정도 기대감에서 분노로 급변한다.
지난주 증시는 ‘검은 화요일’과 ‘검은 금요일’을 겪었다. 화요일인 23일 코스피 지수는 910p(9.99%) 급락했고, 금요일인 26일에 장중 9%가 넘게 떨어진 끝에 519p(5.81%) 빠진 8411p로 장을 마감했다. 두 날 모두 서킷 브레이커(1단계)가 발동됐다. 증시가 개장한 이래 서킷 브레이커는 단 11차례 발동됐는데 올해만 5차례, 지난주에 2차례일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 지난 24일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장중 97.78로 신기록을 썼다. 변동성의 원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꼽힌다. 현물 종목의 상승과 하락을 2배로 추종하는 파생상품이다 보니 변동성이 크다. 투자 수급이 ETF로 쏠리면서 시장 전체를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를 흔든다)’ 현상이 발생한다. 현물이 상승할 때 ETF 비중을 맞추기 위해 더 매수하고, 하락할 때 더 매도하면서 변동성의 강력한 촉매로 작동한다.
증시 수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리면서 나머지 종목은 하락을 면치 못한다. 지난달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후 일 평균 거래대금은 10조 원, 많은 날은 30조 원을 넘겼다. 개인 투자자 상당수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다. 내달 국민연금이 종목 비중 조절과 교체를 단행하는 리밸런싱을 앞두고 있어 불안감은 고조된다. 애초 270조 원에 달하던 매도 물량이 국내 주식 보유비중 확대로 60조 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변동성이 큰 현재 상황에서 메가톤급 충격이 될 전망이다. 지난주 2번의 폭락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증시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때 비중 조절을 통해 과열된 시장에 안전판 역할을 했어야 할 연기금이 지방선거와 국정 지지율 등 정치적인 이유로 시장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선거 직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을 허용한 금융당국도 같은 비판을 받는다. 사태의 심각성을 마주한 당국은 뒤늦게 현재 1000만 원인 기본예탁금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필수교육 이수 조건을 강화하는 등 개인 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진입 문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인위적인 코스피 지수 상승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경제 성장인지 정부는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