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발표한 이어도 해역 관측 결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이자 기회를 동시에 던져준다.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축적된 자료에 따르면 이어도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1.1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해양 평균 상승 폭인 0.48도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바다에서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우리 어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거 동해와 남해에서 흔히 잡히던 명태와 대구는 줄어드는 대신 참다랑어와 방어, 부시리 같은 난류성 어종이 북상하고 있다. 제주와 남해에서 주로 보이던 어종이 이제는 동해 중북부까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어민들은 새로운 어종에 맞춰 조업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낚시인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크다. 수온이 15도를 넘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광어와 갑오징어, 우럭의 활성 시기도 과거보다 앞당겨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낚시 현장에서는 “예전 물때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기후변화는 어업뿐만 아니라 해양레저 산업의 지형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수온 상승이 가져오는 변화가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수혜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북극항로다. 북극해의 해빙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해상 물류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유럽 로테르담까지 가는 선박은 말라카 해협과 수에즈운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항해거리가 약 30~40% 단축된다. 운항 기간은 10일 이상 줄어들고 연료비와 탄소배출량도 크게 감소한다. 최근 세계 주요 선사와 물류기업들이 북극항로 연구와 시범 운항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특히 이어도 해역을 포함한 동북아 해역의 수온 상승 속도가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사실은 북극해 환경 변화 또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북극항로 상용화 시점을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 전망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부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이자 대한민국 최대 컨테이너 항만이다. 북극항로가 본격 개척되면 부산은 단순한 국내 항만이 아니라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부산항은 이미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여러 강점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환적 인프라, 배후 물류단지, 조선·해양산업 클러스터, 금융과 연구기관이 집적돼 있다. 여기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등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 연구역량도 부산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도시에게만 주어진다. 북극항로 활성화에 대비한 전문 인력 양성,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극지 물류 연구, 북극 관련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러시아와 북유럽 국가, 캐나다 등 북극권 국가들과의 협력 기반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해양 생태계 변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어종 변화에 따른 수산업 구조 개편, 양식 산업의 적응 전략, 해양 재난 대응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북극항로라는 기회만 바라보다가 우리 바다의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어도 바다의 온도는 지금도 오르고 있다. 이는 분명 기후위기가 보내는 경고 신호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물류지도를 바꿀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바다의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함께 가져온다. 부산은 그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다가오는 북극항로 시대. 대한민국이 그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결국 부산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뜨거워지는 바다가 부산의 미래를 더욱 뜨겁게 만들 수 있을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준비의 문제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