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오페라하우스 논란’ 그후가 중요하다

‘막대한 예산=글로벌’ 아냐…진정한 ‘플랫폼’이 되어야

‘제작극장’ 등 방향성 옳다, 시민의 ‘현상적 공간’ 되길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26-06-21 18:43:44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개관 기념공연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아니, ‘시끄러웠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지금은 태풍의 눈에 들어간 형국이라 할까. 지난 4월 10일 자로 작성된 관련 업무협약 동의안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와 내년 9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공연을 포함, 여러 협력사업을 한다는 게 골자다. 1778년 문을 연 라 스칼라는 오스트리아 빈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Wiener Staatsoper), 프랑스 파리의 파리 오페라 극장(Palais Garnier)과 함께 전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라 스칼라는 베르디, 로시니, 푸치니 등의 걸작들이 초연된, 유서 깊은 곳이다. 그런 만큼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무대에서 오페라 본고장의 세계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셈이다.

문제는 ‘돈’이다. 부산시(클래식부산)의 관련 업무협약 동의안에 의하면 비용추계는 115억 원 정도다. 시비로 70억 원, 후원과 협찬 등으로 나머지 45억 원의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초 지역사회에서는 ‘100억 원대 혈세’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100억 원’은 단순하게 따져도 작품당 1억 원씩 100개를 만들 수 있는 액수다. 비난 여론의 요지는 개관 기념 공연에 ‘국내’와 ‘지역’ 대신 외국 극장의 완성품을 가져오는 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다는 것. 이에 시는 2024년 코엑스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 초청 공연에 150억 원 넘게 투입된 점을 꼽는다. 라 스칼라의 ‘오텔로’ 역시 세계 최정상급 공연이어서 많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지역·국내 예술인으로 개관 무대를 꾸려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공연 작품을 개관 무대에 세움으로써 새로운 랜드마크의 세계적 위상을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예의 코엑스 ‘투란도트’ 공연이 예견된 파행에다 대규모 환불 사태까지 빚은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세계적’이란 이름 값에 ‘매몰’된 결과다. 가뜩이나 초대형 오페라 공연은 20세기의 유물이란 말까지 나오는 이 즈음이다. 외국 스타 마케팅이 국내 오페라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오래다.

그렇다면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어떤 ‘공공성’을 지닌 공간이어야 할까. 기자는 ‘표상적 공간’ 부산오페라하우스가 ‘현상적 공간’이길 바란다. 표상적·현상적 공간이란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주창한 공공성 이론의 핵심 개념이다. 따라서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단순히 새 랜드마크라는 ‘건축물’을 넘어 진정한 ‘시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아렌트의 공공성 이론에서 보면 부산오페라하우스의 ‘표상’은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와 경제적·문화적 성취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물리적 인프라로서 그렇다. 그런데 현상적 공간으로서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객석에서 완제품 공연을 소비하는 관객의 공간이 아니다. ‘드러남과 실천’의 공간이다. 그래서 지역 예술가들이 ‘제작 극장’의 주체로 참여하는 한편 시민은 문화적 권리를 요구하며 공론의 장을 열고 다양한 주체가 만나 사회적 관계를 맺는 ‘상호 주체적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현상은 곧 시민이 ‘말과 행위를 통해 서로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지금은 표상과 현상의 불일치가 문제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외형적 웅장함이나 랜드마크와 같은 건축물 자체의 표상에 그친다면 시민과 지역 예술인이 소외되는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공연’과 관련한 것이다. 지역 문화생태계의 ‘현상(드러남)’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보다 세계적인(글로벌) 위상을 ‘표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상은 그래서 위험하다. 지난 12, 13일 BTS의 부산 공연을 보더라도 그렇다. 해당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공연을 통해서 ‘세계적인’ 무대 연출·음향·조명 등 공연 인프라의 축적에 가 있지 않았다. ‘아미노믹스’로 대변되는 공연 외적인, 문화·관광 소비가 그것이다. 부산을 찾는 대규모 인파 관리 능력과 K-팝 메가 이벤트 운영 역량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아렌트는 공적 공간이 인간들 사이에 놓여 상호관계를 맺어주는 ‘탁자’와 같아야 한다고 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이 ‘탁자’가 충분히 될 수 있다. 시가 추진 중인 시즌 단원제와 자체 제작(제작극장)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는 지역 예술가가 자신의 ‘말과 행위’를 드러낼 수 있는 현상적 기회를 주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바다를 향해 열린, 시민이 일상적으로 만나 소통한다면 건축적 표상은 비로소 시민적 현상 공간으로 바뀐다. ‘다양성’의 보존도 중요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플랫폼이 문화 엘리트 계층의 전유물이 되지 않게 문턱을 더욱 낮추고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문화적 목소리를 내는 ‘다원적 공간’으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

오광수 편집국 선임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3. 3“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6. 6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3. 3“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AG
상표권 알박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중수청·공소청 혼란 땐 수정 보완 주저 말아야
북 미사일 위협 속 ‘빈총 경계’ 안보 불안 키워선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