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접촉하는 몸의 인문학

타자와 차이 인식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열고 함께 존재하는 ‘몸쓰기’…오늘날 더 소중한 이유

노영재 춤비평가·신라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노영재 춤비평가·신라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   입력 : 2026-06-17 19:44:1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잠시 상상해 보자. 당신의 어깨와 나의 등이 만났을 때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는가.

‘한쪽 어깨와 등을 맞댄 두 사람의 대립은 이내 무너진다. 넘어질 듯 기울어진 몸은 잠시 버티는가 싶더니 바닥을 구르며 다시 다른 접촉으로 이어진다. 한 몸의 낙하는 또 다른 몸의 도약이 된다’. 지난 5월 부산국제즉흥춤축제에서 본 접촉즉흥(Contact Improvisation)의 한 장면이다. 현대 즉흥춤의 한 양식인 접촉즉흥은 1970년대 미국 포스트모던댄스의 흐름 속에서 현대무용가 스티브 팩스톤에 의해 시작됐다. 이는 새로운 춤 테크닉의 발명이라기보단 몸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의 제시에 가까웠다. 당시 서양 예술춤의 두 축을 이루던 발레와 현대무용이 안무 형식이나 사상의 표현을 강조했다면 접촉즉흥은 걷기 구르기 기대기 넘어지기 등과 같은 일상적 움직임 속에서 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이 춤은 의식적인 구성에 중점을 두지 않고 두 사람 이상의 몸과 몸이 접촉하며 만들어가는 움직임의 ‘현상’에 관심을 두었던 것이다.

오늘날 춤 커뮤니티에서 행해지는 즉흥춤은 특정 춤 장르에 집중하기보단 즉흥적 움직임 그 자체의 감각적 가치, 나아가 일상 속 사회문화적 의미를 찾는 데 몰두한다. 즉흥 중에서도 특히 접촉즉흥이 흥미로운 이유는 접촉을 단순한 동작이나 멋진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용인류학자 신시아 노박은 현대 접촉즉흥의 문화적 의미를 찾으면서 이와 대조적인 고전 발레의 접촉에도 주목한다. 파드되(2인무)에서 발레리나는 남성 파트너의 손을 잡고 회전을 수행하고, 남성무용수는 여성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조각과도 같은 아름다운 순간을 완성한다. 이러한 접촉은 힘의 위계와 젠더 역할의 명확한 구현이 핵심이다.

반면 접촉즉흥에서 접촉은 즉흥적인 움직임을 생성하는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평등과 민주적인 참여를 독려한다. 몸은 상대의 체중을 느끼고, 압력을 읽고, 중력에 의해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균형에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무용수에게 부여된 성적 역할은 존재하지 않으며 동등한 인간으로서 타자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누가 지지하고 누가 의지하는지, 누가 중심이고 주변인지는 중요치 않다. 접촉은 나와 타자의 몸 경계를 흐리면서 동시에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하며 춤을 이어간다.

이러한 흐름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미’에 도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이 접촉은 과연 무엇이기에 춤이 되는가. 흔히 접촉을 피부가 맞닿는 물리적 행위로 이해하지만 접촉즉흥에서 경험되는 접촉은 그 이상을 함축한다. 중요한 것은 접촉이 주는 감각과 반응, 그리고 관계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뤽 낭시는 라틴어로 ‘몸’을 뜻하는 ‘코르푸스(Corpus)’에서 몸을 독립적으로 완결된 실체가 아니라 언제나 다른 몸을 향해 열려 있는 존재로 설명한다. 여기서 몸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건네지고, 노출되며, 접촉하는 존재이다. 어떤 의미를 담아 전달하는 기호가 되기를 거부하고 외부로 자신을 드러내는 실존의 방식을 따른다. 그러하기에 움직이는 행위를 ‘몸-쓰기’라 여기며, 이는 자신 안으로 새겨 넣는 ‘기입’이 아니라 바깥으로 써내는 행위, 곧 ‘기탈’이라 말한다.

현대무용가 마틸드 모니에와 나눈 낭시의 서신에도 이러한 기탈의 방향성이 깔려있다. 낭시는 춤을 ‘바깥(dehors)으로 향한 몸의 운동’이라 정의하고, 이에 마틸드는 ‘투사된 몸’ 그 자체에 흥미를 보인다. 여기서 두 사람이 공감한 ‘바깥’은 타자와 세계, 그리고 아직 알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도래하는 자리로 읽힌다. 타자를 향해 열리는 과정에서 몸은 끊임없이 자신을 벗어나 다른 몸들과의 관계 속을 향하는 것이다. 접촉즉흥은 표현주의 예술과는 달리 특정한 의미를 해석하거나 상징을 읽어내는 작업과는 거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의 몸이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서로에게 반응하는가에 있다. 접촉즉흥이 보여주는 접촉은 결속이나 소유보다는 경계와 차이를 인식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몸들이 차이를 유지한 채 서로에게 자신을 열고 ‘함께 존재하는 법(être-avec)’을 수행한다.

이러한 몸의 경험은 오늘날 더욱 의미심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접촉의 부재를 경험하게 했고, 몸과 몸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했다. 또한 AI 기술과 디지털 환경의 일상화 속에서 인간은 점차 데이터로 환원되지만, 몸의 경험만큼은 여전히 대체될 수 없다. 접촉즉흥은 끊임없는 ‘몸-쓰기’를 통해 감각을 일깨우고, 타자와의 접촉 속에서 존재를 인식하게 하며, 다시 공동체적 사유로 되돌아가게 한다. 오늘날 접촉즉흥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타자와 함께 움직이며 존재하는 경험을 몸에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3. 3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4. 4‘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5. 5[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6. 6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7. 7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8. 8[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9. 9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10. 10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2. 2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3. 3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4. 4‘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7. 7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8. 8‘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9. 9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0. 10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3. 3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4. 4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5. 5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6. 6무면허 음주 뺑소니에 제지하던 사람 다치게 한 40대 항소심도 실형
  7. 7전조등 얼굴에 비췄다고 운전자 폭행한 50대 징역 6개월
  8. 8“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9. 9전남 곳곳서 차량 추돌 잇따라…25명 부상
  10. 10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