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인공지능의 꽃, 어떻게 피울 것인가

배정철 부산대 과학기술혁신센터 겸임교수

  • 배정철 부산대 과학기술혁신센터 겸임교수
  •  |   입력 : 2026-06-15 18:40:5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생성형 AI는 일상의 언어를 바꾸고, 산업은 자동화를 넘어 지능화의 단계로 진입했다. 그러나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인공지능의 꽃은 무엇인가? 더 정교한 알고리즘인가, 더 큰 데이터센터인가, 더 빠른 연산 능력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미래는 근본적으로 갈릴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지능의 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인공지능의 꽃은 ‘전환’, 즉 AX(AI Transformation)가 완성되는 순간에 피어난다. 기술을 도입하는 것과 사회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AX란 인공지능을 하나의 도구로 쓰는 단계가 아니라, 행정·산업·교육·복지·안전이라는 도시의 전 영역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선택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전환은 국가 차원보다 도시에서 먼저 완성된다. 삶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부산시는 특별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부산은 과연 AI를 또 하나의 산업으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도시 전체를 AX의 현장으로 전환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부산은 이미 AX에 필요한 조건을 갖춘 도시다. 세계적 항만과 물류 인프라, 해양·조선·에너지 산업, 금융과 공공기관, 관광과 문화, 그리고 밀집된 생활 인구가 한 공간에 공존한다. 이는 곧 AI 전환을 실증하고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 구조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자산들이 아직 하나의 지능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산 AX 전략의 첫 번째 관문은 항만과 물류다. 지금까지 항만 경쟁력은 처리량과 속도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AX 시대의 항만은 시설이 아니라 두뇌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물동량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와 해상 조건, 공급망 불안정성을 AI로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부산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단순한 스마트 항만이 아니다. 지능형 글로벌 물류 전략 도시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스마트 해양수도 전략만으로 부산의 AX 전환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항만과 물류가 도시의 외연을 지탱한다면, 산업은 도시의 내장을 형성한다. 부산의 다음 선택지는 명확하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제조업 혁신, 특히 조선·기자재 산업의 전면적 전환이다. 이는 부산이 보유한 가장 복합적인 고난도 산업이며, 동시에 AX 전환의 효과를 가장 분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다.

또한 도시 AX의 성패는 항만이나 산업 지표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판가름 난다. 부산은 고령화, 해안 재난, 관광 수요 변동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도시다. 따라서 교통 체증은 줄었는가, 재난 대응은 빨라졌는가, 의료 접근성은 개선되었는가, 에너지 낭비는 줄었는가 하는 문제들은 개별 정책이나 부서 단위의 접근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도시 데이터를 통합하고, AI로 예측하며, 행정이 즉각 반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시민이 ‘도시가 나를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AI는 기술이 아니라 도시 신뢰의 기반이 된다.

AX 전략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인재는 단순한 AI 개발자가 아니다. 부산이 길러야 할 인재는 도시의 문제를 진단하고, AI를 도구로 활용하며,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도시형 AX 인재’다. 이를 위해 교육은 근본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교육은 산업 수요를 따라가는 체제가 아니라, 부산이 해결해야 할 미래 도시 문제를 중심으로 통합돼야 한다.

AX 시대에 민간의 혁신만으로는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 공공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부산이 지향해야 할 것은 행정의 자동화가 아니라 정책의 지능화다. 부서 간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고, AI가 정책 시뮬레이션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다. 실패를 허용하고, 실험을 제도화하며, 시민과 알고리즘 사이의 신뢰를 동시에 구축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부산이 이 결단을 내린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AX 도시 모델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3. 3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4. 4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5. 5[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6. 6‘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9. 9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10. 10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밤샘농성 장동혁 "피의자 선관위가 새벽 4시에 투표용지 가져가"
  9. 9[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10. 10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5. 5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6. 6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지긋지긋한 론스타
어떤 ‘최장수’ 기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79년 정론 국제신문 정상화 요구 들불처럼 번진다
노후 원전 사용연장 안전에 일말의 의심 남지않게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