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생성형 AI는 일상의 언어를 바꾸고, 산업은 자동화를 넘어 지능화의 단계로 진입했다. 그러나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인공지능의 꽃은 무엇인가? 더 정교한 알고리즘인가, 더 큰 데이터센터인가, 더 빠른 연산 능력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한 도시의 미래는 근본적으로 갈릴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지능의 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인공지능의 꽃은 ‘전환’, 즉 AX(AI Transformation)가 완성되는 순간에 피어난다. 기술을 도입하는 것과 사회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AX란 인공지능을 하나의 도구로 쓰는 단계가 아니라, 행정·산업·교육·복지·안전이라는 도시의 전 영역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선택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전환은 국가 차원보다 도시에서 먼저 완성된다. 삶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부산시는 특별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부산은 과연 AI를 또 하나의 산업으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도시 전체를 AX의 현장으로 전환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부산은 이미 AX에 필요한 조건을 갖춘 도시다. 세계적 항만과 물류 인프라, 해양·조선·에너지 산업, 금융과 공공기관, 관광과 문화, 그리고 밀집된 생활 인구가 한 공간에 공존한다. 이는 곧 AI 전환을 실증하고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 구조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자산들이 아직 하나의 지능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산 AX 전략의 첫 번째 관문은 항만과 물류다. 지금까지 항만 경쟁력은 처리량과 속도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AX 시대의 항만은 시설이 아니라 두뇌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물동량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와 해상 조건, 공급망 불안정성을 AI로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부산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단순한 스마트 항만이 아니다. 지능형 글로벌 물류 전략 도시로의 전환이다.
그러나 스마트 해양수도 전략만으로 부산의 AX 전환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항만과 물류가 도시의 외연을 지탱한다면, 산업은 도시의 내장을 형성한다. 부산의 다음 선택지는 명확하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제조업 혁신, 특히 조선·기자재 산업의 전면적 전환이다. 이는 부산이 보유한 가장 복합적인 고난도 산업이며, 동시에 AX 전환의 효과를 가장 분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다.
또한 도시 AX의 성패는 항만이나 산업 지표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판가름 난다. 부산은 고령화, 해안 재난, 관광 수요 변동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도시다. 따라서 교통 체증은 줄었는가, 재난 대응은 빨라졌는가, 의료 접근성은 개선되었는가, 에너지 낭비는 줄었는가 하는 문제들은 개별 정책이나 부서 단위의 접근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도시 데이터를 통합하고, AI로 예측하며, 행정이 즉각 반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시민이 ‘도시가 나를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AI는 기술이 아니라 도시 신뢰의 기반이 된다.
AX 전략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인재는 단순한 AI 개발자가 아니다. 부산이 길러야 할 인재는 도시의 문제를 진단하고, AI를 도구로 활용하며,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도시형 AX 인재’다. 이를 위해 교육은 근본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교육은 산업 수요를 따라가는 체제가 아니라, 부산이 해결해야 할 미래 도시 문제를 중심으로 통합돼야 한다.
AX 시대에 민간의 혁신만으로는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 공공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부산이 지향해야 할 것은 행정의 자동화가 아니라 정책의 지능화다. 부서 간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고, AI가 정책 시뮬레이션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다. 실패를 허용하고, 실험을 제도화하며, 시민과 알고리즘 사이의 신뢰를 동시에 구축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부산이 이 결단을 내린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AX 도시 모델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