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우리는 지금 ‘발전의 속도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유례없는 변곡점에 서 있다. 과거 산업혁명이 수십 년에 걸쳐 사회 구조를 바꿨다면, AI 혁명은 불과 몇 달 단위로 인류의 한계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60년 동안 그 어떤 수학자도 풀지 못했던 난제를 23세의 아마추어가 AI를 이용해 해결해 냈다는 소식은 전문 지식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함과 동시에, AI가 인간의 지적 탐구 속도를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행히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다. ‘AI 기본사회 완성’이라는 국가적 비전 아래, 글로벌 AI 협력체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 차원의 거대 담론과 전략은 이미 궤도에 올랐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현장에서 느껴지는 부산의 산업 지형은 위태롭다. 산업 AX에 대한 현장의 필요성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처참한 수준이다.
부산의 전통 산업체들은 AI 도입을 원하지만, 정작 설루션을 제공할 ‘AI 공급 기업’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부산에서는 협력 파트너를 찾을 수 없다. 지역의 대학에서는 고군분투하며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나, 인적 자원의 유출과 연구비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한계에 부딪혀 있다.
혹자는 말한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하나씩 쌓아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이는 AI 발전의 ‘가속도’를 간과한 안일한 생각이다.
선형적인 노하우 축적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멀어지는 기술 격차를 결코 좁힐 수 없다. 현재의 방식대로라면 부산은 도태되는 수준을 넘어, 기술적 식민지 상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제 부산은 ‘지역적 고민’에서 벗어나 ‘국가적 전략’으로 판을 키워야 한다. 단순히 AI 기업 몇 개를 유치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해결책은 부산이 가진 독보적인 정체성, 즉 ‘해양’에 있다.
정부의 ‘해양수도 부산 완성’ 정책은 몇 개의 공공기관 이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해양 특화 초대형 AI 프로젝트’를 부산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산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대한 ‘해양 데이터’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다. 항만 물류, 자율운항 선박, 해양 에너지, 스마트 수산물 유통 등 해양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생성되고 모이는 곳인 부산에서만 가능하다.
국가적 해양AI 프로젝트가 부산을 중심으로 추진되면 부산의 AI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양질의 해양 특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의 AI 공급 기업들이 부산으로 모여들게 된다. 공급 기업이 모이면 지역 인재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학의 연구는 실제 산업 데이터와 결합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 것이다. 이를 통해 부산은 해양을 중심으로 도시와 산업 전반의 AX를 촉진할 수 있는 AI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항로가 열리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부산이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진정한 해양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배가 오가는 항구의 기능을 넘어 데이터와 자본이 모이는 ‘지능형 해양 경제’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점점 더 커지는 해양경제의 주도권을 부산이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산시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일이다. 작은 사업 몇 개를 챙기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가를 설득해 초대형 AI 프로젝트를 가져오는 전략가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더는 시간이 없다.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파도의 중심에 올라타야 한다. 부산의 경제와 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