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6·3 지방선거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앞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분노한 시민의 규탄대회가 7일에도 계속됐다.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책임져야 할 기관이 오히려 부정선거 음모론 확산에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67곳에 투표용지가 추가 공급됐다고 밝혔다. 부산·경남 각 8곳, 울산 3곳 등이었다. 부산 북구 화명1동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10분가량 대기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발생한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율 증가에 대비해 잉여 투표용지 발생을 고려, 선거인 수의 50% 수준만 인쇄했다고 밝혔다. 비용 효율 논리가 국민의 참정권보다 우선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 대학가에서는 시국 선언문 발표 등 규탄 움직임이 거세다. 부산대 동아대 총학생회와 부산교육대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사실상 재선거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곧바로 선거 무효나 재선거 주장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중대한 행정 실패임은 분명하나 선거 결과 전체의 정당성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무너진 선거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철저한 진상조사다. 여야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선관위 개혁 기구도 검토하고 있다.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는 근거로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독립성은 보장하되 책임성과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선관위 논란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이른바 ‘가족회사’ 논란을 야기한 특혜 채용 의혹, 사전투표 관리 부실 사안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엄중한 시점에서 휴직자가 176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 점은 선관위 내부 기강 해이와 조직 운영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국민이 선거 절차를 신뢰하지 못하면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도 어려워진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정조사를 포함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단순히 담당자 몇 명의 문책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정쟁을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 신뢰 회복이라는 공동의 과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철저히 규명해야 비로소 무너진 선거 행정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