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한 코스피 지수가 주말 사이 폭풍전야 같은 위기감에 숨 죽인다. 6·3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반도체와 AI인프라 관련주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큰 폭의 하락이 나왔다. 코스피는 지난 4일 162포인트(-1.84%)가 빠진 8639에서 마감했다. 종가는 1% 후반대로 말아올렸지만 장중 6%대 폭락이 나왔다. 이튿날인 5일에도 478포인트(-5.54%)가 급락한 8172까지 떨어졌다. 선거 전날인 지난 2일 8801로 역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 불과 2거래일 만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반도체와 AI 붐을 이끌고 있는 나스닥이 4.18% 빠졌다. 코스피 야간 선물도 -8%로 하한가를 찍었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60원을 돌파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겪은 한국 증시에는 강력한 ‘블랙 먼데이’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우리 증시의 변동성은 과거에 본 적이 없는 형태다. 하루 걸러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의 모든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변동성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한 개별종목 레버리지·인버스 같은 상품이 나오면서 증시 수급의 왜곡을 심화시킨다.
시장 참여자는 편치 않은 주말을 보냈다. 낙관론자는 코스피 시장의 쏠림이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단기 조정과 저가 매수 포지션을 잡는다. 그러나 비관론자는 왜곡된 증시가 임계점에 다다랐으며 버블이 터지는 급격한 하락장의 초입이라고 진단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 1600원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도 나온다.
국민의 부가 부동산과 금융 자산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향했던 목표점도 자산 증식 수단의 균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건전한 증시 조성이 아니라 지수 상승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연금의 과도한 국내 주식 비중 확대와 투기성이 큰 개별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허용으로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모(Fear Of Missing Out·상승장 소외 심리)가 온 개미(개인 투자자)의 ‘빚투’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정장 또는 하락장에서 개미가 ‘회복할 수 없는’ 큰 피해를 본다면 주식시장을 등질 개연성도 크다. 증시가 건전한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국가가 공인한 도박판’이나 ‘한탕 해먹는 떴다방’ 같은 부정적인 인식만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윤정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