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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선관위 관계자들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소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6.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인 23.51%를 기록한 가운데, 부산 역시 21.29%로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이처럼 높은 사전투표율은 갈수록 유권자 선택이 더욱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부산 정치 지형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한쪽이 안정적으로 우세를 점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예측이 어려운 박빙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국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0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전 후보가 1위를 유지했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격차는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첫 평가 성격을 갖는다. 초기에는 여당 프리미엄이 일부 작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 권력까지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것에 대한 견제 심리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 등 굵직한 지역 현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반면, 자영업과 지역 산업 현장에서 경기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어느 한쪽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후보들을 둘러싼 리스크 역시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선거 기간 내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전재수 후보의 통일교 관련 까르띠에 시계 수수 의혹과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매각 약속 이행 논란이다. 양측 모두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특정 진영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정치권 전반에 대한 피로감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해양수산부 이전 추진 과정에서 지역 발전 기대를 형성한 전 후보와, 시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연속성을 강조하는 박 후보 사이의 평가가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부산 선거는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실제 표심에는 중앙정치 변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여야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배경에도 전국 단위 정치 이슈들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을 특검이 수사하고 공소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조작기소특검법’을 추진하면서 보수층이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특검법이 실제 시행될 경우 사실상 ‘셀프 사면’ 논란이 불거지며 큰 정치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역풍 우려가 커지자 민주당은 특검법을 지방선거 이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갈등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공정성 화두를 건드린 노동계 이슈 역시 중도층 표심을 흔드는 간접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 논란은 노사 갈등을 넘어 공정성 논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 원청과 하청 간 구조적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파업 ‘압박’과 과도한 보상 논란은 사회적 박탈감을 자극했다. 대기업 노조 행동에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이 문제를 민주당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노동 친화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특정 정당의 일방적 우세나 열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역시 뚜렷한 확장 전략이나 새로운 지지층 확대 동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이 중앙당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의 구도는 특정 정당의 독주라기보다 정치 전반에 대한 유권자 평가가 재조정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는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드러난다. 보수 표심이 분산된 가운데 후보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으며, 어느 진영도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부산 정치 지형이 과거보다 훨씬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빙 구도가 심화될수록 한 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결국 이번 선거는 특정 정당에 대한 일방적 선택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과정이다.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도록 만드는 힘 역시 유권자에게서 나온다. 냉소와 무관심보다 중요한 것은 신중한 판단이다. 부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마지막 책임은 시민의 한 표에 달려있다.
이은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