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등장한 지식기반 경제사회가 고착되면서 새롭게 창출된 지식과 정보를 확산하고 이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과학 혁신이 변화를 주도하는 21세기에는 과학을 대중에게 알리고 소통하는 일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과학을 쉽게 전달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 직업사전은 과학 커뮤니케이터에 대해 “방과후교실, 박물관, 강연, 언론 매체 등에서 학생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과학을 쉽게 이해시키고 알리기 위해 설명하고 기고하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최근 이 직종이 사전에 언급된 것 이상의 직업적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2018년 6월 오픈한 과학 대중화 콘텐츠 채널 ‘안될과학’을 운영하는 궤도의 경우 13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둔 유명 과학 커뮤니케이터이다. 그를 과학 토크 등에 섭외하려면 상당히 높은 출연료가 필요할 만큼 인기가 좋다. 또 갈로이, 공진, 김상욱, 김범준, 뉴런, 엘랑, 1분과학, 우주먼지 등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며 최신 정보와 지식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좋은 과학자는 만 명을 먹여 살리지만 한 명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100명의 과학자를 길러낸다.” 과학자는 물론 대학교수, 의사, 엔지니어 등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남다른 직업적 자부심이 묻어 있다. 지식기반 경제와 과학 혁신이 세상 흐름을 이끄는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는 문구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거론할 경우 여러 직종이 언급된다. 대표적으로 최신 과학 내용을 소재로 일반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융합 강연자’를 비롯해 공상과학 이야기를 만드는 ‘과학 스토리텔러’, 논픽션 기반의 과학 저작물을 제작하는 ‘과학 저술가’, 유튜브를 기반으로 과학 콘텐츠를 올리는 ‘과학 크리에이터’ 등이 떠오른다. 부산에는 ‘과학문화해설사’가 있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2006년 11월 개설한 ‘사이언스 아카데미’를 통해 배출된 과학문화해설사는 과학문화 현장 활동가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체계적인 과학 교육을 받은 활동 인력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부산에서 등장한 이 제도는 2007년 한국과학관협회에서 ‘과학해설사 양성교육’으로 채택되는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특히 부산에서는 ‘부산광역시 과학기술진흥 조례(과학기술문화 확산을 위한 기반 구축 사업)’에 근거해 진행될 정도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과학문화해설사들은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초등돌봄교실, 다문화단체, 장애인 시설 등에 찾아가는 과학문화 현장 활동가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또 국립부산과학관은 물론 장영실 과학동산, 부산해양자연사 박물관, 국립수산과학관, 기술보증기금 과학기술체험관 등 지역 곳곳의 공사립 과학관에서 전시물과 체험 현장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학 혁신 시대를 선도하는 스토리텔러로 활약한다.
과학문화해설사의 활동은 유튜브 공간이나 방송, 토크 무대 등을 누비며 인기몰이를 하는 유명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펼치는 소통의 장과 비교된다. 생활 현장과 가까운 곳이 활동 공간인 과학문화해설사들은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과학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또 격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 삶의 형태에 큰 변화를 몰고 온 AI 시대에는 하루가 다르게 모든 영역이 급변 중이다. 과학기술을 대중과 연결하는 과학문화 분야는 더욱 분주해지는 양상이다. 이른바 ‘잘 팔린다’는 유명 과학 커뮤니케이터들도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내지 않으면 새로운 인물들에게 밀릴 판이다.
과학문화해설사의 활동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상 속 생생한 소통의 묘미를 더욱 살리며 그들만의 현장 과학교육 역량 강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부산에서 시작된 과학문화해설사 제도의 ‘시대적 개척정신’이 또다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