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세계적인 항만을 보유하고 조선·물류·해양산업을 중심으로 한때 산업화와 수출 경제의 중심지로서 국가 발전을 견인해왔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부산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젊은 인재들의 지속적인 유출이다. 고등학생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으며, 대학을 졸업한 우수 인재들 또한 수도권 기업과 타지역 산업단지로 취업하고 있다. 결국 지역에는 청년층 소비와 생산 기반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원인은 결국 산업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남고 싶어도 양질의 일자리와 미래 성장산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이 성장하는 곳으로 인재가 몰리고, 인재가 모이는 곳에 자본과 기업이 다시 집중된다. 지금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결국 산업 경쟁력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부산에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바로 AI 대전환 시대다. 많은 사람들은 AI 산업이라고 하면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만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AI 산업의 핵심은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산업이다. 초거대 AI 시대에는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구축돼야 한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많은 전력과 냉각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결국 AI 경쟁력은 누가 더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전력을 공급하고 냉각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은 원자력 발전소와 LNG 가스발전소 등 대규모 발전 인프라가 밀집돼 있어 기저전력 확보 측면에서는 수도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데이터 센터의 냉각 전력을 절감하기위해 바다속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이때도 바다조건이 중요한데 서해는 조수간만 차가 너무 크고 동해는 수심이 깊고 파랑이 커 동남권이 최적의 환경을 갖고있기에 동남권은 AI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단순히 전력 공급만 가능하다고 해서 부산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부산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산업 모델이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해양산업과 AI 산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한다. 최근 중국 해양기술기업인 Highlander는 상하이 인근 해역에 설치한 수중 서버포드(Server Pod)를 실제 상용 운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수중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냉각 비용 절감이다. 바닷속 환경을 활용하여 냉각 에너지 사용량을 약 90%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전체 전력의 95%를 해상풍력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단순히 데이터센터 하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풍력·해양에너지·AI 인프라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미래 AI 인프라 패권 경쟁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AI 인프라시장은 1등만 살아남는 냉혹한 전쟁터이고 머뭇거리는 순간 도태된다 . 해양수산부 역시 이러한 시류를 인지해 수중데이터 센터 과제를 만들고 해양수산 딥테크 전환기술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새로운 해양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당사도 부유식 풍력 관련 과제에 선정됐고 특허를 활용, 국내외 여러 기관과 함께 대형 방파제 내부에 수중 데이터 모듈을 설치할 수 있는 플랫폼기술을 개발중이다.
부유식 풍력과 수중 데이터센터가 결합된 방파제가 구현되면 단순한 데이터센터 사업이 아니라 세계 해양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할 원천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해상에서 생산한 전력을 곧바로 수중 데이터센터에 공급한다면 송배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AI·해상풍력·방파제·스마트항만 산업이 동시에 연결되는 새로운 해양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부산은 더 이상 전통적 항만도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해양수도 부산만의 강점을 활용해 AI와 에너지, 데이터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미래 산업을 구축하고 유출된 젊은 인력들을 신산업의 현장으로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부산이 바다를 통해 AI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지금이 바로 그 도전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