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 성과급제가 도입된 건 올해로 28년째다. 1998년 중앙부처에서 시작해 2003년 지자체로 확대됐고 교원은 2001년부터 적용됐다. 직렬이나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최상위와 최하위 등급간 액수 격차는 200만~300만 원 수준이다. 이 정도 차별도 참지 못해 한때는 노조가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거둬들여 균등 재분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국교총은 올해도 “차등을 없애고 그 재원을 본봉에 넣어 처우 개선에 써야 한다”고 교육부에 촉구하고 있다.
기본급은 회사 사정이 나빠도 현행법상 삭감이 불가능하다. 상여금이나 성과급은 비교적 경직된 우리나라 임금체계에서 보상을 유연화 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기성과 보편성을 띠는 상여금은 통상임금과 퇴직금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성과급은 경영진 재량으로 지급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데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어 보통 1회성으로 끝난다. 상여금 외 특별보너스 정도로 인식되던 성과급이 기업 이익의 근로자 분배 차원으로 논의 구조가 바뀐 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삼성전자가 쏘아 올린 ‘성과급 잔치’라는 공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2차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하면서 마지막까지 합의하지 못한 사안은 성과급의 분배 방식이었다. 회사 측은 성과에 철저히 연동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노조는 적자 부서에도 거액의 성과급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결국 파업 예정 1시간 전인 이날 밤 11시께 사 측 양보로 협상이 타결됐다. 이로써 대규모 흑자가 난 반도체 메모리 부문은 1인당 평균 6억 원, 적자가 예상되는 반도체 비메모리 부문은 2억1000만 원 가량을 챙기게 됐다. 또 다른 적자 부서인 휴대전화 부문에도 5000여만 원씩 돌아간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은 선진국에선 안착된 지 오래다. 미국은 ‘테일러-포드주의’에 의해, 영국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의해 연봉제 혹은 직무급제가 20세기 초반부터 자리잡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공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조차 성과 기반 임금체계 도입이 쉽지 않다. 개인의 업무 역량을 따지려면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과업 형태가 명확하지 않아 이를 촘촘하게 설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일을 잘하든, 못하든 돈을 골고루 나누자는 발상이 나온다. 삼성은 1995년 국내에서는 비교적 일찍 연봉제를 도입한 기업이다. 그런 곳에서 성과와 상관없는 성과급을 지급하게 된 게 아이러니할 뿐이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