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왜 아트페어는 ‘캐릭터 아트’에 열광하는가

이념이나 긴 서사보다 짧고 강렬한 이미지에 공명하는 시대의 풍경

내면을 비추는 자화상

김성헌 미술협회 학술평론 회장·M&C예술연구소 대표

  • 김성헌 미술협회 학술평론 회장·M&C예술연구소 대표
  •  |   입력 : 2026-05-20 19:30:5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1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부산 벡스코에서 ‘2026 아트부산’의 막이 오른다. 아트페어는 언제나 동시대 미술시장의 흐름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장소다. 그런데 최근 아트페어 현장에서 유난히 자주 마주하게 되는 표정들이 있다.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아이, 만화를 닮은 얼굴, 장난감과 조형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들이다.

한때 순수미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던 캐릭터들이 어느덧 미술시장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어떤 이는 말한다. “요즘 미술은 왜 이렇게 귀여워졌나” 혹은 “미술이 굿즈처럼 변하는 것 같다”고.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한 유행이나 상업화로만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그 행간에 숨은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이 흐름은,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고 예술을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에 가깝다.

얼마 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화랑미술제’를 둘러보며 필자는 하나의 공통된 흐름을 분명히 체감했다. 유독 관람객의 발길이 오래 머무는 부스에는 대개 캐릭터 이미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젊은 컬렉터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작품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자연스럽게 구매 상담까지 이어갔다. 물론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 단색화와 추상의 흐름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캐릭터 아트가 더 이상 미술시장의 주변부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축으로 우뚝 섰다는 사실이다.

왜 지금의 미술은 캐릭터에 끌리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오늘을 살아가는 세대의 감각 구조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긴 설명보다 직관적인 이미지가 먼저 작동하는 시대다. 텍스트보다 화면이, 권위보다 공감이 더 큰 힘을 가진다. 특히 이들은 거대한 이념보다 ‘나의 작은 감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완벽한 진실보다 지금 내 마음을 이해하는 작은 위로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 세대는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믿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 속에서 살아간다. 하나의 정체성보다 여러 취향과 감정을 오가며 자신을 구성하고, 긴 서사보다 짧고 강렬한 이미지 안에서 감정적 연결을 찾는다. 그러기에 캐릭터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취향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표식이자,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지탱하는 작은 감정의 언어가 된다. 과거 세대가 거대한 이념과 서사를 통해 세계를 이해했다면, 오늘의 세대는 하나의 이미지와 감정적 공명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연결하려 한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는 내면의 심리를 비추는 거울이자,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또 하나의 자아에 가깝다.

일본 작가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속 아이들은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얼핏 귀엽고 천진해 보이지만, 오래 바라보면 그 얼굴에는 불안과 저항, 고독이 스며 있다. 그의 회화 ‘Knife Behind Back(등 뒤의 칼)’은 2019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약 295억 원에 낙찰되며 세계 최고 경매가 기록을 세웠고, 국내에서는 2016년 작 ‘Nothing About It(아무것도 아냐)’이 올해 서울옥션에서 150억 원에 낙찰되며 다시 한번 그 가치를 증명했다. 결국 컬렉터가 구입하는 것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그 안에 스며 있는 시대의 감정이다.

한국에서도 이 흐름은 이어진다. 아톰과 미키마우스를 결합한 이동기의 ‘아토마우스’는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물었고, 마리킴의 ‘Missing and Found(실종과 발견)’는 2021년 NFT(대체불가능토큰) 경매에서 약 6억 원에 낙찰되며 화제가 됐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게 캐릭터는 자신을 투영하는 또 하나의 자화상이다. 관계는 느슨해지고 감정은 쉽게 드러내기 어려워진 고독한 시대, 캐릭터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불안과 외로움을 대신 표현해 주는 가장 안전한 얼굴이 된다. 현대인들은 긴 설명보다 하나의 표정 속에서, 거대한 담론보다 작은 이미지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려고 한다.

물론 캐릭터 아트의 열풍을 무조건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작품의 미학적 가치보다 투자 가치가 먼저 언급되고, 감상보다 SNS 인증 사진이 중요해지는 순간 예술은 깊이를 잃을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캐릭터 아트는 오랫동안 어렵고 멀게 느껴지던 현대미술을 대중의 삶 곁으로 다시 끌어왔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번 ‘2026 아트부산’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캐릭터들은 단순히 귀여운 얼굴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품고 있는, 외로움과 욕망·상실과 위로가 잠시 하나의 얼굴을 빌려 나타난 풍경에 가깝다. 결국 우리는 그러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시대의 얼굴이, 지금은 커다란 눈을 하고 있을 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4. 4“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5. 5[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6. 6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7. 7"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8. 8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9. 9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10. 10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3. 3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4. 4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5. 5“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6. 6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7. 7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8. 8[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9. 9"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10. 10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3. 3[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4. 4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5. 5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6. 6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7. 7‘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8. 8[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9. 9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10. 10“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3. 3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4. 4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7. 7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8. 8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9. 9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10. 10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