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거야~.”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간 샴푸 향이라는 후각적 자극을 통해 짝사랑하는 상대를 떠올리는 과정을 묘사하는 노래 가사이다. 냄새는 인간의 오감 중 기억을 소환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원초적인 도구이다. 최근 젊은세대에서는 “실례지만, 향기가 너무 좋아서 그런데 어떤 향수 쓰세요?”라고 묻는 이른바 향따(향기 따기)를 즐긴다고 한다. 반면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는 단순한 후각적 묘사를 넘어 가난한 계층과 부유한 계층 사이의 무의식적 경계와 차별을 상징하는 장치로 자주 해석된다.
인간만이 누리는 이 고유하고도 강렬한 감각의 영역, 과연 인공지능은 넘볼 수 있을까?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AI에게 들려주면 단번에 제목을 찾아내듯이, 우리가 스치듯 맡은 그 매혹적인 향기를 AI에게 맡게 한다면 그 정체를 알려줄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눈(시각)과 귀(청각)를 대신하는 것은 AI의 영역이지만, 코로 맡는 냄새나 몸으로 느끼는 촉감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영역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는 우리의 믿음을 훨씬 앞질러 가고 있다. 이미 현대 AI 기술은 수천 가지의 화학 성분을 분석해 향기의 정체를 밝혀내는 디지털 코를 구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물체의 질감과 온도, 압력을 수치화해 인간보다 더 예민하게 감촉을 구별하는 전자 피부 기술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디지털 코는 와인의 빈티지를 맞히거나, 사람의 날숨 속에 포함된 미세한 성분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전자피부는 로봇 손에 씌우는 얇은 센서 막으로, 물체의 부드러움이나 거칠기, 온도를 정밀한 수치로 변환할 수 있다. 이제 감각은 더 이상 추상적인 영역이 아니라, 0과 1로 치환돼 전송하고 복제할 수 있는 물리적 값이 되었다.
모든 감각이 데이터화되는 이 시대에 교육자로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AI가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냄새를 구별하고 촉감을 판단하는 지금, 대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어디에 학습의 가치를 두어야 할까?
필자는 그 답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 데이터에서 찾고자 한다. AI는 수억 개의 향수 성분을 분석해 어떤 향이 유행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향을 맡았을 때의 순간적인 기억, 그 향이 내 옷깃에 스칠 때의 물리적 감각, 그리고 누군가에게 “향이 좋다”고 말을 걸었던 그 현장의 긴장감까지는 학습할 수 없다. AI가 기록한 0.5초의 향기 데이터는 복제 가능한 정보일 뿐이지만, 낯선 이에게 말을 걸며 느꼈던 그 짧은 떨림은 오직 자신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경험 데이터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AI가 생성한 방대한 데이터가 아니라,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의 시계열 데이터에서 나온다. 경험은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관계, 문화적 배경이 얽혀 형성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AI가 냄새를 더 정확히 측정할 수는 있어도, 그 냄새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필자는 이번 학기 경험 교육을 하고자 학생들과 ‘1인 1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AI를 활용해 혼자서 앱 기획부터 실제 론칭까지 완수한다. 이는 자신이 만든 서비스가 타인에게도 통하는지 확인하며 공감 능력을 배우고, 예상치 못한 오류를 해결하며 어떤 이론적 공부가 더 필요한지 스스로 경험적 결핍을 느끼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차가운 반응이라는 낯선 실패를 기꺼이 마주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의 실패를 마주하며 감정적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데이터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인간적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곧 비판적 사고, 창의적 연결, 공동체적 공감으로 이어진다. AI 시대일수록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며 얻은 물리적 경험과 그 순간의 감각이야말로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자산이 된다.
대학은 사회로 나가기 전 학생들이 마음껏 넘어질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울타리이다. 학교라는 보호막 안에서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고 그 실패의 파편들을 모아 성공으로 재조립해보는 경험. 그 뜨거운 시도가 몸속 깊이 각인될 때 학생들은 비로소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