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017년 미국 경제·기술 매체인 Quartz와 인터뷰에서 “공장에서 연봉 5만 달러 노동자를 대체한 로봇이 있다면, 인간이 냈던 소득세 수준의 부담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명 ‘로봇세’다. 발언 취지는 단순했다. 자동화가 늘수록 국가는 세수를 잃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는데 그 비용을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기업에 로봇세를 부과하고 그 재원으로 재교육과 돌봄·교육 분야 등 투자를 제안했다.
로봇세와 비슷한 문제의식은 그리스 국회의원이자 재무부 장관을 지낸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앞선 2015년 제기했다. 그는 금융위기로 무너진 그리스 경제를 보면서 자본과 플랫폼이 모든 부를 빨아들이는 구조를 경고했다. 바루파키스는 기술과 자본이 만든 초과이익 일부를 시민 모두에게 ‘사회적 배당’ 형태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기술혁명 시대 시민의 최소 지분권 개념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이후 유럽과 미국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 디지털세, 플랫폼세 논의가 확산됐다. 실제 제도화는 더디지만 ‘AI와 자동화의 이익을 누구와 나눌 것인가’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됐다.
최근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금’ 발언이 논란이다. 김 실장은 AI·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초과이윤이 특정 기업만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오랜 시간 축적한 산업 기반의 결과라고 봤다. 따라서 그 과실 일부를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발언 직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고 야당은 ‘좌파 포퓰리즘’ ‘반기업 정서’라고 비판하고 심지어 일부 의원은 ‘사회주의행’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 ‘조폭 마인드’라는 극언까지 쏟아냈다. 그러나 냉정히 들여다보자.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는 것도 현실이다. 플랫폼과 AI 기업의 생산성은 폭증하는데, 노동소득의 몫은 줄어드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안전망과 재분배 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물론 반대하는 측의 주장처럼 성급한 제도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기업 경쟁력 약화, 투자 위축, 재원 기준 논란도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 때문에 논의 자체를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인다면 우리 사회는 변화에 대비할 기회조차 잃는다. 기술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 필요한 건 이념의 낙인이 아니라 제도의 설계다.
임훈 독자여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