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서 대서양을 나가려면 지브롤터해협을 지나야 한다. 바로 그곳에 영도구 토지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지브롤터가 있고, 전체 인구는 4만 명이 채 안 된다. 그곳은 스페인이 아니라 영국의 해외 영토로서,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자치권을 가진 미니 국가급 도시이다. 이 나라는 비행기가 이착륙하려면 하나밖에 없는 간선도로에 차가 모두 멈춰 선다. 그 도로와 활주로가 십자가로 겹쳐있는 까닭이다. 바위산을 깎아 만든 이 비좁은 나라에도 국제공항은 필수적이다(그런데 400만 도시 부산 가덕도신공항을 놓고 아직도 군말들이 많다). 만일 호르무즈처럼 이 해협을 막으면 지중해는 대서양으로 나갈 수가 없다. 지브롤터 국민은 이 지정학적 요충에서 자립하고 산다.
스페인 안에는 프랑스 국경에 카탈루냐가 있다. 바르셀로나가 중심 도시인 카탈루냐는 언제나 독립을 원하지만, 경제적 요지인 이곳의 독립 얘기만 나오면 스페인 중앙정부가 길길이 뛴다. 심지어 독립을 이끈 주지사를 불복종으로 잡아 가두기도 했다. 15세기에 스페인 남부인 아라곤 왕국의 왕과 북부인 카탈루냐 여왕이 결혼하면서 맺어진 양쪽의 국가연합을 지금의 카탈루냐인 중 상당수가 후회하며 다시 독립하길 원한다. 수년 전 필자에게 카탈루냐의 한 방송국이 한국과 같은 고도성장의 전략을 취재하는 인터뷰를 하러 왔었는데, 그들의 독립 의지는 정말 강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지역경제 이익의 상당수를 가져가서 전국적으로 나눠 갖는다.
영국은 17세기에 북아일랜드 6개 주를 강점했다. 얼스터 플랜테이션이란 이름으로 자국인들을 이주시키며 남의 섬나라를 무력으로 영국에 병합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현재진행형이다. 북아일랜드에 대한 종교 학대, 사람 차별과 경제적 손실 때문이다. 현재 영국과의 협정을 원칙으로 자치정부 권력을 주어 북아일랜드는 독자적으로 운영되긴 하지만, 영국과는 여전히 마음이 멀고 멀다.
일본 오사카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면 일본은 도쿄의 일본이지만, 오사카는 간사이의 오사카라고 말한다. 뼈에 사무치는 지역 차별의 응어리다. 그들은 2010년 급기야 오사카유신회라는 정치조직을 만들어 오사카의 고유한 정치권력을 현지화했고, 지금은 일본유신회로 발전해 중앙정치로까지 나아가 연립정부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미 상당 기간 이 정당 소속이 아니면 오사카 지역에선 정치하기 어렵다. 국가 경제가 발전할수록 도쿄에 비해 낙후된 오사카는 반전의 기회를 지역 정치권력의 내부화로 회복해 왔다. 지금 오사카는 경제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으며, 후퇴하던 산업 생산 기반도 나아지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오랜만에 오사카 부동산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도쿄와 대등한 상승 기조를 유지한다.
오사카의 이런 사례를 보면서, 선거를 앞둔 이 시기에 부산 시민은 좀 더 자체적인 지역 정견을 저마다 가슴속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치와 갈등의 중앙정치의 판세가 지역 정세의 정치 구도마저 흔들려는 작금의 정치 현실과, 일정 지역에서 드러나는 정당 선호도 등을 볼 때, 이제 부산 시민의 정치적 견해도 지역 미래와 성장과 연결한 전략적 고민을 할 때가 돼감을 깨닫게 한다.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역사성을 갖는 국제도시의 기질이 면면히 살아있는 곳으로, 시민의 기질도 미래 지향성과 역동성을 꿈꾸며 개방과 성장의 젊은 기운이 넘치는 국제도시로서의 기세와 태도를 보여 왔다. 그리스의 테살로니키(데살로니가)는 동로마시대에 수도인 콘스탄티노플과 함께 공동 수도로 불렸다. 지중해의 요충으로 동서를 가르는 다양한 민족 종교 문화 정치의 개방성과 복합성이 담긴 이곳은 20세기 초에 그리스가 복구한 뒤에도 아테네와 함께 공동 수도의 별칭을 지니기도 했다.
실제로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 수도로서, 서울과 같이 역사에 기록된 공동 수도였다. 그 위상을 이어 이제 부산은 싱가포르 같은 국제적인 도시국가의 존재감으로서, 북아일랜드처럼 중앙정부와 상호 협정하는 특별도시 자치권을 가지는 한국에서 서울과 대등한 정치 기반과 경제 수준을 이룩할 수 있는 당위와 실력이 있다.
유럽과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에게해 중심에 있는 테살로니키처럼, 부산은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대한해협의 중심에 있다. 현대사 갈림길에 호르무즈해협과 말라카해협의 존재감이 있다면, 우리 부산 울산 경남 해양엔 대한해협이 있고, 장차 누구든 대한해협을 이용하려면 부울경을 항상 유념하게 해야 한다. 부산은 부울경을 위해서도 강력하고 유능해져야 하고, 부산은 더 자주적인 국제도시로 비상해야 한다. 이제 부산의 정치 경제 생태계는 젊은 기백의 국제도시 부산으로 한층 무성해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