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인 박형준 부산시장은 숫자를 사랑한다. 그는 지난해 7월 부산시장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유치 누적액 약 14조 원, 1만6000개 일자리 창출, 상용 근로자 수 사상 첫 100만 명 달성 눈앞, 청년 고용률 역대 최고(46.7%) 등을 마치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나왔다. “늘리고, 높이고, 풀었다”는 자평과 함께 화려한 숫자의 향연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용률도 늘고 청년 고용도 숫자는 그토록 눈부신데, 왜 시민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할까?
답은 여론조사 안에 있다. 지난 1월 부산일보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의 직무수행 부정 평가는 50.8%로 긍정 평가(38.0%)를 12.8%포인트나 앞질렀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부정 평가가 높았다. 특히 40, 50대의 부정 평가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각각 부정 평가가 62.9%, 67%를 기록했다. 70대 이상에서는 긍정 평가가 53.8%, 부정 평가가 31.1%로 긍정적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박 시장이 내세우는 숫자와 시민이 느끼는 현실 사이에 깊고 냉혹한 균열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가장 큰 상처는 엑스포다. 당시 박 시장은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했다. 시민은 그 말을 믿었고, 그 꿈에 함께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11월 결과는 참패였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119표 대 29표로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이후 “엑스포는 수단이었을 뿐 부산의 꿈이 사라진 건 아니다”고 했지만 시민의 귀에는 공허하게 들렸다. 시민의 실망은 단순히 패배 때문만이 아니라 지도자의 약속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2021년 엑스포 유치를 선언할 무렵 부산시청 출입기자였던 기자의 눈에도 패배의 기운이 서렸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다른 나라에 비해 유치위원장 선임도 늦었고, 어렵게 선임한 유치위원장은 아직 임명장이 나오지 않았다며 한 달도 남지 않은 첫 프레젠테이션에 불참하던 모습을 보며 과연 엑스포를 유치하려는 나라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지역 기업인들이 수백억 원의 성금을 내면서 활기를 띠는 듯했으나 미흡한 준비를 뒤집지는 못했다. 인과응보였다.
가덕도신공항은 또 다른 상흔이다. 애초 2029년을 목표로 한 가덕도신공항의 개항은 현재 2035년으로 밀렸다. 이마저도 난공사 운운하는 건설업체의 입장을 고려하면 2038년은 돼야 개항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든다. 공사 시작 40일 전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수의계약이 파기되도록 손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박 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탓”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는 “박 시장의 무능 탓”이라고 했다. 진실이 어디에 있든 부산시민이 기다리는 공항은 여전히 바다 속에 잠겨 있고,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만 선명했다. 지방정부의 수장이 국책사업의 난맥을 앞에 두고 ‘남 탓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리더십의 실종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3선 도전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5년의 시정을 스스로 ‘성공’이라 규정하면서 재도전에 나선다는 것은 시민의 부정 평가를 오독하거나 무시한다는 의미다. “도시는 연속성으로 발전하고 정책은 일관성으로 완성된다”는 그의 논리는 맞다. 그러나 연속성은 성찰이 전제될 때만 발전의 동력이 된다. 반성 없는 연속은 관성에 불과하다. 부산은 관성이 필요한 도시가 아니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고, 도심은 늙어가고 있다. 엑스포가 날아갔고 공항은 미뤄졌다. 이 위기 앞에서 필요한 것은 ‘숫자로 포장된 자신감’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다.
박 시장은 분명 능력 있는 정치인이다. 언변이 뛰어나고 설계 능력이 있으며 지향도 있다. 그러나 능력과 성과는 다르다. 설계와 실행 역시 다르다. 그리고 지향과 도달도 다르다. 시민은 이제 그 ‘성과’를 물어야 한다. 5년의 설계도를 들고 와서 “다음 4년 동안 완성하겠다”고 하는 시장에게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설계도 실행 가능하겠습니까?”
유정환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