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공학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배우는 과목 가운데 하나는 ‘금속열역학’이다. 그리고 열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열역학 제1 법칙(dU=dQ-dW)과 제2 법칙(dS=dQ/T)이다.
제2 법칙은 엔트로피 증가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분명 이해한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엔트로피(entropy·혼란도) 증가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인 ‘자발(spontaneous) 반응’, ‘비가역(irrevesible) 반응’이라는 말보다 ‘자연 과정(Natural process)’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자연 과정의 예로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물에 커피를 넣으면 결국 서로 섞인다’ 등이 있다. 너무도 당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사실 이것이 자연과 우주의 변화 방향을 설명하는 핵심 원리다. 열역학 제2 법칙은 이를 ‘엔트로피는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이 법칙은 시간의 방향성과도 연결된다. 시간은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커피와 물이 자연스럽게 다시 분리되지 않듯, 세상의 변화 역시 이전 상태로 완벽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자연은 질서 정연한 상태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혼합과 확산의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의 세계 정세를 보면 이러한 열역학적 흐름이 인간 사회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짧게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고 있다. 여기에 드론, 우주통신망, AI 기반 정보전 같은 첨단기술까지 결합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압도적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1주일 정도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이제 ‘전쟁을 왜 시작했나’ 이유도 잊어버리고 있다. 더구나 중동의 여러 국가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 역시 군사 경제 정보 외교가 얽히며 하나의 거대한 혼란 상태로 향하는 모습이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개발한 일부 모델은 컴퓨터 보안 취약점을 지나치게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 범위를 제한하기도 했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앤트로픽(Anthropic)은 ‘인간 중심’을 뜻하는 회사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의도와 달리 사회적 혼란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선하게 개발된 프로그램이 의도치 않게 인간 사회의 엔트로피를 극대화할까 이젠 두렵기까지 하다.
물론 인간 사회를 물리법칙으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질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혼란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는 점에서 열역학 제2 법칙은 오늘의 시대를 돌아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비유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엔트로피 증가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는 사실이다. 물과 커피가 섞이는 과정도 냉동고에 넣어 얼려버리면 잠시 멈춘다. 혼합과 확산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극도로 흥분된 상황에서 우리는 흔히 “냉정을 찾아라!”, “차가운 이성으로 판단하라!”고 말한다. 뜨거운 감정은 갈등과 혼란을 가속시키지만, 차가운 이성은 그것의 속도를 늦춘다. 어쩌면 인간의 이성이 존재하는 이유도 혼란의 폭주를 조금이라도 억제하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스마트폰과 AI, 그리고 드론 같은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의 시대는 이전보다 훨씬 강한 연결성을 주는 동시에 더 큰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엔트로피의 증가, 즉 혼란의 확대는 자연의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 문명의 가치는 그 혼란의 속도를 늦추고 질서를 유지하려는 노력 속에 존재한다. 완벽한 질서는 불가능하더라도, 냉정한 이성과 균형 잡힌 판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