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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찐 북구출신이 본 북갑 ‘연고 전쟁’

  •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  |   입력 : 2026-05-06 19:44:1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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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갑에 3인3색 ‘연고 전쟁’이 뜨겁다. 만덕에서 초중학교를, 구포에서 여고를 나온 ‘북구의 딸’인 기자로서는 늘 변방에 머물렀던 북구가 이렇게 핫 플레이스가 된 것이 낯설면서도 반갑다.

이름 자체가 낙후된 이미지를 담고 있다며 구의 명칭 교체가 시도될 정도였던 북구가 이제는 전국이 다 아는 동네가 된 것이 감개무량하다. 하정우 박민식 한동훈 세 사람의 정치인생이 달린 이번 북갑 보궐선거에서 누가 진정 북구 사람인가를 놓고 정체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들은 올 지방선거 직전까지 서울 강남(한동훈), 경기 성남시 분당 사람(하정우, 박민식)이었다. 이들이 북구와의 연고를 눈물겹게 어필하고 나선 것은 역설적으로 북구에서 한 게 별로 없거나 북구를 떠나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부산에서 출생하거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도 서울로 대학 가고 직장 다니고 자리잡으면 부산 출신이라는 DNA는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하정우 후보가 나고 자란 괘법동이 언제부터 북구였는지, 사상구였는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가족 3대가 구포초를 나오고, 북구에서 재선 의원을 한 박 전 장관 조차 지난 총선 때 “저는 분당 사람”이라 말하고 수도권으로 떠났던 아픈 과거가 있다. 뼛속부터 강남 사람인 한동훈 전 대표야 말 할 것도 없겠지만 그는 영리하게도 만덕 2동에 재빨리 전입신고를 한 뒤 만덕 사람임을 내세우는 신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들 중에 배우자와 자녀까지 전입신고를 했다는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선거 후 운명도 짐작해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생물학적 연고, 과거의 연고가 아니다. 북구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헌신할 준비가 됐는지가 포인트다.

구포 월남댁 아들 박민식 후보는 사실 혈통적으론 가장 북구에 가깝다. 재선 의원을 지내며 북구와 부산을 위해 일했고, 국가보훈부 장관을 할 때도 보이지 않게 부산을 챙겼다. 그는 지난 총선 때의 실수를 눈물로 회개하며 “‘배지를 위해 국정을 팽개친 사람’, ‘2년짜리 대선 발판으로 삼으려는 사람’이 아닌, 진짜 북구 편을 뽑아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 예수가 자신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에게 다시 나타나 ‘내 양을 먹이라’며 기회를 준 것처럼 박 후보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AI 전문가인 하정우 후보는 박민식 후보의 ‘혈통론’에 ‘실력론’과 ‘미래 연고’로 맞선다. 첨단 기술 전문가로서 북구를 AI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그에게 북구는 단순한 고향을 넘어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해나갈 혁신의 장이다. 여기에 ‘하 GPT’라는 별명을 지어준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후광과 러닝메이트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정치적 유산은 든든한 뒷배다. 다만 참모로서의 ‘정책’ 경험과 ‘정치’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출마 과정에서 보여준 매끄럽지 못한 모습, 두 번의 구포시장 방문에서 드러난 정치신인으로서의 미숙함은 애교로 친다 해도 과연 실전 정치무대에서 활약할 준비가 됐는지 불안한 시선도 없지 않다.

사실상 ‘외지인’인 한동훈 후보에게 북구는 대권 가도의 시험대다. 그는 “북구에서 시작할 것이고 북구에서 끝낼 것이다. 여기서 다음(2028년) 총선에도 나올 것”이라며 “대한민국 전체에 봉사하기 위해 나서는 경우 말고는 북구를 떠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대선을 위한 2년 계약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그의 거물적 존재감은 우리 동네에서도 중앙 정치의 주역이 나올 수 있다는 유권자들의 보상 심리를 자극한다.

세 후보 모두 현재로선 북구에 대한 애정을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세 후보의 출마로 ‘저평가’된 북구의 가치가 재발견된 것도 감사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북구를 고향이라 밝히기 부끄럽지 않은 동네로 만들고, 부산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성장시킬 비전과 실행력을 갖춘 인물을 찾는 것이다.

하여 유권자들은 묻는다. “누가 찐 북구 출신인가”가 아니라 “누가 북구의 미래를 책임질 것인가”를.

정유선 서울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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