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 64괘 중에서 화가 날 때 꼭 참고해야 할 괘가 손괘(損卦)이다. 덜어낸다는 손(損)자가 들어가는 이 괘는 아래에 있는 것을 덜어 위에 더해주는 것이어서 하체가 부실하고 위태롭다. 이와 반대는 익괘(益卦)인데 위에 있는 것을 덜어 아래에 더해주는 것이어서 하체가 안정되고 오래갈 수 있다. 주역에는 괘를 배치하는 순서와 번호가 있는데, 잘 알려진 건괘(乾卦)가 1번이고 곤괘(坤卦)가 2번이다. 손괘는 41번이고 익괘는 42번이다. 이렇게 상반되는 괘가 하나의 짝으로 연속되는데, 손괘도 당면한 상황을 잘 대처하면 이익이 되는 괘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면 손괘에 처했을 때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까. 손괘 대상전(大象傳)에 ‘징분질욕(懲忿窒欲)하라’는 어려운 말이 나오는데 ‘자기 몸에서 분노를 억제하고 욕망을 덜어내라’는 뜻이다.
맹자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사단(四端)으로 사람의 선한 본성을 설명했다. 후대의 학자들은 이것은 본바탕이고 실제로 발동하는 일곱 가지 감정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欲)이라는 칠정(七情)까지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토론했다. 사단칠정에 대해서는 이론의 차이가 있었지만, 칠정을 절도있게 관리하기를 인격 수양의 과제로 삼는 것은 모두가 동의했다. 그러면서 특히 분노는 천둥처럼 돌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자제하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했다. 분노보다 더 통제가 곤란한 것은 보이지 않는 은밀한 욕망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화를 내면 손해가 크고, 분노를 억누르고 욕망을 줄여야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손괘의 교훈이다.
‘심경부주(心經附註)’에 이런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여대림이라는 사람은 차린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안 살림살이를 부수는 거칠고 사나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지금 이런 짓을 하면 곧장 감옥에 갈 수 있지만, 옛날에는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행동해도 봐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오던 그가 평소의 분노가 쌓여서 후일에 오랫동안 병을 앓게 되었는데, 논어에서 ‘자기를 책망하는 것은 엄격하게 하고 남을 책망하는 것은 관대하게 한다(躬自厚而薄責於人)’는 문장을 읽고는 홀연히 마음이 평온해지는 효과가 있어서, 그 후로는 죽을 때까지 갑자기 분노를 폭발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분노는 자기를 죽이는 병이라는 것을 그가 알게 된 것이다.
‘심경부주’에 다른 사례도 소개되어 있는데, 주역 학습의 기본 교재가 되는 역전(易傳)을 저술한 대학자 정이(程頤)가 건강을 유지한 방법이다. 존칭으로 정자(程子)라고도 하는 그는 어렸을 때 몸이 약했지만 72세가 되어도 근력이 젊을 때보다 줄어든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 비법을 사람들이 질문하자 “나는 생명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욕망에 끌려가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긴다(吾以忘生徇欲으로 爲深恥하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욕망에 종속되면 빨리 늙는다는 말이다. 그는 욕망을 다스리는 4가지 금지사항을 사물잠(四勿箴)으로 만들어서 선비들이 정심(正心) 공부의 지침으로 삼게 했다. 이런 정자에게는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장수의 방법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손괘 다음에 이어지는 익괘(益卦)는 익(益)이라는 그 글자만으로도 뜻이 좋다. 그러면 어떻게 처신해야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가. 그 괘의 대상전에 ‘군자는 다른 사람의 선(善)을 보면 실천에 옮기고 자신에게 과오가 있으면 즉시 고친다(君子 以하여 見善則遷하고 有過則改하나니라)’는 말이 나온다. 이 문장을 4글자로 줄여서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고 한다.
예전의 유학자들은 마음(心)을 물에 비유하고 그것이 외적 자극에 반응하며 움직이는 것을 칠정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물이라도 정해진 길을 따라 흐르면 피해를 주는 일이 없지만 격동하여 물길을 벗어나면 사고가 발생한다. 분노와 욕망도 때와 상황에 맞게 발동하면 순조롭게 흘러가는 물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조절되지 않은 분노와 과도한 욕망은 자신에게는 물론 남에게도 해를 끼치고 매우 위험하다. 필자도 다른 사람의 실수와 부정행위에 대해 너그럽게 용납하지 못하고 그 순간에 격하게 화를 낼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는 후회가 남는다. 차분하게 설득하거나 필요하다면 냉철하게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방식도 있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격한 감정이 먼저 발동한다. 그야말로 칠정을 다스리지 못한 것이다. 징분질욕 개과천선, 이 8글자를 크게 써서 벽에 걸었던 과거의 선비들은 모두 공부를 많이 한 인격자인데 이분들도 분노와 욕망을 다스리는 것을 어렵게 여겼다. 일상에서 분노를 덜어내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고 욕망을 제어하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인 줄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