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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6600선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뉴스 |
코스피가 27일 6600선을 돌파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섹터를 중심으로 한 상승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6000조 원을 넘어섰다. 증시가 불을 뿜는 반면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은 확연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 개선 전망이 아닌 더 나빠진다는 경고다. 반도체가 이끄는 ‘증시 착시’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경계론이 커진다. 특정 산업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로는 다가오는 위기를 비켜갈 수 없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 6615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66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강세와 기관 매수세가 맞물리며 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우리 증시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활황을 이끌고 있다. 시중 자금이 유입되고, 시총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오전 기준 코스피 시총은 5402조 원, 코스닥은 678조 원으로 집계돼 두 시장을 합치면 6000조 원을 넘어섰다. 다만, 삼성전자 1300조7980억 원과 SK하이닉스 914조3971억 원의 시총 합이 코스피 전체 시총의 41%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특정종목 쏠림도 우려된다.
경제 활성화의 지표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잠재성장률은 정반대 방향을 보인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92%에서 올해 1.71%로 0.2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에는 1.57%로 0.14%포인트 더 떨어질 전망이다. OECD는 내년 4분기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52%에 그치며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상 최저치를 매년 경신하는 셈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3.63%) 이후 계속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2%를 밑돈 뒤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내년까지 떨어지면 16년째 내리막이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선진국에서 성장률이 정체하거나 완만하게 하락하는 사례는 많다. 그러나 한국이 성장률 정체 또는 하락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만큼의 반열에 올랐는지에 대한 논란은 많다. 현재 증시 활황도 통화량 증가에 따른 유동성 장세와 반도체 섹터의 슈퍼 사이클, 부동산 규제를 피한 유동자금의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산업과 경제 성장이 증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같은 특정 산업이 경제 전반을 견인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는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