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만들었던 ‘슈퍼 엘니뇨’가 올해 하반기 더욱 강력한 상태로 귀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 기상 기구(WMO)와 미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6월에서 8월 사이 지구가 슈퍼 엘니뇨 상태에 들어갈 확률이 60% 이상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올해와 내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기온이 높은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는 페루 등 동태평양 해수의 온도가 평균보다 0.5도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하며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를 초래했다. 특히 해수 온도 편차가 2도 이상 지속될 때 슈퍼 엘니뇨라 부르며, 1997년과 2015년, 그리고 3년 전인 2023년에 발생했다. 그런데 실제 엘니뇨는 온난화 이전에도 빈번하게 발생해온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은 반대편 태평양 해수 온도의 상대적인 감소로 서늘한 여름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온난화가 심화된 현재 엘니뇨의 발생은 지구 온도를 크게 상승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있었던 슈퍼 엘니뇨 시기에 지구는 0.2~0.3도 더 더워졌다. 이제 ‘엘니뇨는 한반도의 시원한 여름’이란 등식이 깨진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 슈퍼 엘니뇨 빈도에서 볼 수 있듯이 온난화는 슈퍼 엘니뇨를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킨다. 온난화가 슈퍼 엘니뇨를 가속시키고, 슈퍼 엘니뇨는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되먹임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해수면 온도가 2~3도의 편차일 때 슈퍼 엘니뇨라 부르고 있지만 3도 이상을 넘어가면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엘니뇨’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올해 해수 온도 3도를 넘어 미지의 엘니뇨 세계로 들어가지 않을까 너무나 걱정이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필자는 지구는 이제 ‘기후 위기’가 아닌 ‘기후 재난’ 상태에 있다고 말해 왔다. 2017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3년 전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고, 끓는 지구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기후 위기를 ‘점진적인 변화’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조금씩 더 더워지고, 조금씩 더 비가 많이 오고, 그런 식의 변화로 생각한다. 그러나 복잡계인 기후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기후는 임계점을 넘으면, 갑자기 다른 상태로 이동한다. 엘니뇨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어느 순간 바다의 온도와 대기 순환이 특정 조건을 넘어서면, 시스템 전체가 새로운 패턴으로 재편된다. 빈번한 슈퍼 엘니뇨의 발생은 이제 기후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 장기적인 가뭄과 산불, 또 식량 생산의 붕괴가 연달아 나타날 것이다. 세계는 연쇄적으로 붕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후 시스템은 인간의 기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제 상황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화석 연료 의존을 줄이는 것,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성장과 소비 중심의 사고방식을 재검토하는 것은 더는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세계는 거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과 2025년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했다. 2024년 확정치를 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77억 t으로, 2023년 대비 약 2.3%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보면 약 378억 t에 달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확연히 증가한 것이며, 2021년부터 시작된 반등세가 꺾이지 않고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양상이다.
지금 우리는 되돌아올 수 없는 1.5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으며 그 너머는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세계가 아니다.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후의 영역으로 방향도 출구도 모른 채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