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법적·윤리적 테두리 내에서 정당하게 이윤을 추구할 때 비로소 그 책임을 다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기업의 이윤이란 총매출에서 총비용을 뺀 부가가치를 의미하며, 이는 기업 생존의 토대이자 성장의 동력이 된다. 조선업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소가 선박을 수주하고 건조하는 활동은 지역 내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고 연관 산업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기능을 수행하지만, 이 모든 가치 창출의 전제는 결국 ‘지속 가능한 이윤’에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중소형 조선업계는 어업지도선 구조선 예인선 청소선 등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선박을 건조하고도 영업이익은커녕 손실을 봐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사례가 종종 있다. 민간도 아닌 정부가 발주하는 선박을 건조하고도 조선소가 적자를 내는 현상은 구조적 모순이다. 정부의 조달 정책이 공공 목적 달성과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물론 정부는 ‘국가계약법’과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 등에 의거, 공정한 낙찰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겠으나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공공선박 조달 시스템에는 몇 가지의 허점이 존재한다. 첫째, 낙찰가격 산정의 비현실성이다. 현재 대부분의 공공선박은 낙찰 하한율 87.995%를 적용하는 적격심사 낙찰제 방식으로 사업자를 정한다. 문제는 설계단계에서 산출된 적정 선가의 88~90% 수준에서 낙찰이 이루어지다 보니, 조선소는 수주 단계에서부터 이미 10% 이상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력 유지와 조선소 가동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주하지만, 시작부터 수익성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이다.
둘째, 예산편성 시점과 실제 건조 시점 간 시차다. 공공선박은 예산편성부터 설계, 실제 건조에 이르기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이 시간의 간극 속에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하더라도, 고정된 계약 금액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결국 글로벌 공급망 위기나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조선소가 고스란히 떠안으며, 낙찰 자체가 곧 손실로 직결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셋째, 위험 부담의 일방적인 전가 구조다. 설계상의 오류나 누락이 건조과정에서 발견되더라도 그 책임은 대개 조선소의 몫이 된다. 특히 발주처가 주요 장비를 사전에 특정하면서도 정작 계약과 구매는 조선소가 수행하게 하는 방식은 매우 불합리하다. 조선소는 장비 업체에 대해 가격 협상력을 가질 수 없으며, 낙찰 이후 장비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그 추가 비용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2023년 8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공공선박 발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입찰가격 평가 시 주요 장비 가격 제외,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조정 등 공정한 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들이 제시되었으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여전히 미흡하다. 가장 실질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공공선박 건조 표준품셈’ 도입이다. 표준품셈이란 원가 계산을 위해 단위 공정별 소요 재료량, 노무량, 장비 사용 시간 등을 표준화하여 수치로 표시한 기준이다. 건축 토목 전기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조선산업은 설계와 감리 분야에만 있을 뿐 실제 건조 공정에 대한 표준품셈은 부재한 상태다.
표준품셈이 도입되면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선가 산출이 가능해지며 발주처와 조선소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투명한 입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중소형 조선소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중소형 조선소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조선업의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공공선박 건조 표준품셈 도입을 적극 검토해 공공선박이 ‘독이 든 성배’가 아닌 실질적인 성장의 마중물이 되도록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