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BTS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세계 문화의 정상에 세웠다. 조선 왕조로부터 이어지는 600년 역사와 첨단 문명의 광휘가 빛나는 현실이 하나로 이어지는 공연이었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이들은, 왕의 자리 ‘월대’를 넘어서 옛 육조거리 방향으로 북소리와 새로운 아리랑의 선율을 앞세우며 걸어 나왔다. ‘아리랑’은 이들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이름이다. 런던의 웸블리나 뉴욕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도 채울 수 있는 팀이 굳이 광화문을 선택한 것은, 웨스턴 팝스타가 아니라 한국의 근원적 뿌리에 방점을 두겠다는 주체적인 생각의 발로라 할 것이다.
공연의 연출가는 헤이미시 해밀턴이었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이나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 같은 세계적인 초대형 이벤트를 연출해 온 인물이다. 이번 공연은 넷플릭스의 현장 중계를 통해 세계 190개국에서 최대 1억 명이 볼 것으로 추산되었으나, 그 정확한 통계를 알기는 어렵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제시한 BTS 공연 1회당 경제효과는 1조2000억 원에 이른다. 서울시가 광화문 이후 지난 12일까지 ‘BTS 더시티 아리랑’을 이어갔고, BTS 또한 세계 35개 도시의 월드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빛깔 보라색의 향연을 당분간 지속해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와 같은 초대형 공연의 사례를 우리는 ‘강남스타일’ 싸이의 시청광장 공연이나 서울불꽃축제 같은 행사에서 보아 왔다. 세계적으로 소문난 대형 이벤트의 사례도 많이 있다. 1969년 지미 헨드릭스를 비롯하여 여러 뮤지션이 참여한 미국 뉴욕주 베델의 ‘Woodstock Festival’, 1985년 퀸을 비롯하여 마돈나 엘튼 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Live Aid’, 2017년 콜드플레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영국 맨체스터의 ‘One Love Manchester’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문화의 공공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 공연들은 사회 공익을 위해 수백억 원에서 1000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BTS 공연은 문화·관광·국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으나, ‘Live Aid’처럼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나 사회적 약자 또는 희생자를 위한 모금을 도모한 경우는 볼 수 없었다. 물론 공연 자체를 직접 모금 행사로 기획하기보다는 캠페인·기부·공연 수익 연계 방식으로 공공 지원을 한 전례는 많이 있었다. 그렇다고 BTS 공연이 가져다준 국가 문화 콘텐츠 K-팝의 집합적 상징성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포함하여 BTS 광화문 공연 이후의 미래 방향성을 탐색해 보는 일이 이제까지의 영예를 상찬하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광화문 이후의 BTS는 더 전향적이고 과감하게 사회적 연대와 치유를 지향하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이 당장은 대증적 효과를 산출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백년래 불세출의 뮤지션들을 살리고 인류 예술사에 길이 아름다운 이름으로 남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국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명성과 역할도, 이러한 사회적 존중의 기반 위에 서 있을 때 더욱 찬연하고 견고해진다. 이들이 언제까지나 대중의 우상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시간과 세월은 사람의 측량을 넘어서 빠르고도 돌이킬 수 없는 보폭을 이어간다. 대가 없는 선의와 사회 공익에의 기여는, 이 시간의 한정성을 넘어서 위명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힘이다.
문화 향유자인 국민 역시 성숙한 시민의식과 문화적 마인드를 소중히 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문화 공간에 대한 공동의 책임 의식과 타인에 대한 예의 및 배려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 선호하는 장르·아티스트에 대한 과도한 몰입이나 다른 성향을 가진 이에 대한 배타성을 지양하고, 건강한 팬 문화와 질서 있는 관람 시스템을 형성하며 팬덤 활동이 사회에 긍정적 효력을 미치도록 자율적 규범을 확립해야 한다. 이것은 문화예술의 좋은 수용자이기를 넘어, 그 자신의 교양과 인품을 측정하게 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그래야만 예술을 통해 공감 능력을 확장하고 자기 성찰을 촉진할 수 있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공연의 진정한 가치를 위하여 공공성과 창의성의 상생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대규모 공연의 기획과 연출이 단순한 흥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공익적 모델이 되도록 다양한 접근법을 개발해야 한다. 무료와 유료 공연의 적절한 안배, 지역 및 신진 예술가들과의 협력, 개인 아티스트 중심 구조를 넘어서는 생태계 확장, 문화 브랜드로서의 책임 의식 등이 체계적이고 복합적으로 검색되어야 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 잘나갈 때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실력’이 아니라 ‘태도’ 때문에 무너질 위험이 크다. 이 모든 담론이 BTS 광화문 공연이 환기한, 새로운 내일로 가는 길의 이정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