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강서구 녹산동의 작은 섬에 비구니 사찰인 수능엄사(首楞嚴寺)가 자리하고 있다. 수능엄사는 학부모가 자녀의 수능(修能)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치성을 드리기 위해 찾는 영험한 사찰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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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엄사 대웅전. |
그런데 수능엄사의 수능과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의 줄임말인 수능은 완전히 다른 의미인데도 마치 둘 다 시험을 연상케 하는 듯한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수능엄사의 수능엄(首楞嚴)은 마음의 위치와 본질을 탐구하는 문답과 수행의 요지를 다루는 불교 경전의 하나로 수능엄경(首楞嚴經) 또는 능엄경(楞嚴經)이라고도 한다. 수능엄사는 병풍처럼 바위가 펼쳐져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내는 노적봉의 석맥(石脈·정기가 흐르는 돌줄기)이 뻗어 내린 곳에 있다. 노적봉은 수능엄사의 주산(主山·뒷산)으로 강서구에서 절경지로 소문난 ‘강서팔경’ 중의 하나이다. 강서구의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강서팔경은 노적봉 아동도 오봉산 낙동제 봉화산 연대봉 진우도 보개산이다.
경치가 뛰어난 곳은 산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곳으로 만물을 생성하는 기운이 많다. 산천이 어우러진 강서팔경은 정신과 신체가 긍정적으로 반응하여 스트레스와 우울증 및 정신적 불안 수준을 낮춤으로써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부산의 대표적인 풍수가 좋은 곳이다. 노적봉은 문필봉과 함께 풍수에서 산의 형상을 보고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즉 주산의 형상으로 부자가 나거나 대학자가 나는 것을 판단할 때 언급하는 대표적인 산의 형상이 노적봉과 문필봉이다. 흥미로운 것은 노적봉과 문필봉이 자연과학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노적봉이 있는 마을은 그 일대가 세찬 바람이 없고 기온이 알맞아 농사 짓기에 좋은 환경이어서 부자가 많이 나오며, 문필봉이 있는 마을은 농사 여건이 나빠 학문을 닦아 출세해야만 살 수 있으므로 학자가 많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능엄사의 노적봉은 임진왜란으로 왜적이 쳐들어올 때 노적봉에 볏짚을 산더미처럼 쌓아 군량미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왜적을 도망가게 한 일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수능엄사의 수구(水口·출입구)는 웅장한 바위 절벽이 양쪽으로 출입구를 좁히며 서 있어 사찰 내의 생기가 외부로 빠지는 것을 막고 있다.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수구는 작은 배 한 척이 드나들 정도면 족하다”라는 비유를 하면서 수구의 폭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만일 사람이 수구에 해당하는 입(입구)과 항문(출구)이 벌어져 미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생명은 끝났다고 할 것이다. 사람이 입과 항문을 벌린 채로 있다는 것은 몸속의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갔기 때문에 생명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수능엄사의 대웅전은 좌우에 있는 불교대학과 요사채가 좌청룡, 우백호가 되어 대웅전을 보호하고 있으며, 앞에는 담장과 나무가 서낙동강을 가리면서 차가운 강바람과 미세먼지를 막고 있다. 담장과 나무로 서낙동강을 가리는 이유는 물이 재물이라 해서 많은 강물이 보인다거나 망망대해가 보이는 것은 오히려 재물이 흩어지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서낙동강에 둘러싸여 있는 수능엄사는 강물에 의해 지맥(地脈)이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는 곳에 있다. 이를 ‘형지기축화생만물위상지야(形止氣蓄化生萬物爲上地也·형이 그치면 기가 쌓여서 만물을 탄생하는 곳이니 상지이다)’라 한다. 게다가 수능엄사를 포함한 주변 지형은 큰 거북이 바다를 멀리 바라보고 있는 형상인 ‘거구망해형(巨龜望海形)’이다. 혈(穴)은 거북이 등에 해당하는 노적봉의 석맥이 내려와 안착한 대웅전에 맺혔다. 거북이는 행운 복 장수를 상징하는 영물이므로 대웅전에서 지성껏 기도하면 바라는 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