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그 보호를 범죄의 방패로 삼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신분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의 실태를 지적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시 따릉이 가입자 462만 명의 개인정보를 해킹한 중학생들, 공공기관 폭탄 테러 예고의 배후가 된 10대들, 심지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세 모녀가 사는 아파트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른 사례까지. 소년범죄의 죄질이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외면하기 힘든 불편한 진실이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를 뜻한다. 이들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다고 간주해, 살인이나 강도 같은 중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유지되다 보니, 변화된 시대상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검거된 촉법소년은 약 9만 명에 달하며, 특히 성범죄와 폭력 범죄가 4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죄를 지어도 전과가 남지 않는 구조가 오히려 범죄의 대담함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5년간 검거된 촉법소년 중 13세가 절반을 넘고, 비중 또한 12세에 비해 3배나 높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상 ‘소년범죄의 골든타임’이 13세 전후에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 결정적인 시기에 국가가 사법적 권위를 가지고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입법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13세 혹은 12세로 낮추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으며, 사회적 공론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은 연령 하향이 ‘낙인 효과’와 재범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처벌 강화 후 다시 연령을 올린 해외 사례나 교화 체계의 미비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법의 보호망 밖에서 시민이 마주하는 현실은 훨씬 냉혹하다. 지난 1월, 부산 강서구의 한 상가 주차장에서 초등학생 10여 명이 소화기를 분사하며 불장난을 벌인 사건은 부산 시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촉법소년이라는 장벽 앞에 피해자들은 보호받지 못했고, 시민은 법의 무기력함을 목격했다.
필자는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이 논쟁이 단순히 ‘처벌이냐, 보호냐’라는 이분법에 갇혀선 안 된다고 본다. 핵심은 ‘책임의 무게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강력범죄는 선별적으로 엄벌하되, 그와 동시에 교화와 보호 체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연령 하향은 해결의 실마리일 뿐, 소년사법 인프라 확충과 보호관찰 인력 증원, 교육 시스템 보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절반짜리 해법’을 면할 수 있다.
보호가 범죄의 방패가 되지 않도록, 잘못을 저지른 소년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가해 소년에게 책임의 무게를 가르치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사법 정의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