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로 ‘3고(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우려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26조2000억 원을 최종 편성해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는 추경 예산을 민생지원금과 산업 지원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여야는 오는 10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실물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추경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재정확장정책은 가뜩이나 통제가 어려운 환율과 물가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둔 ‘표(票)퓰리즘’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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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가운데)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는 추경 예산을 ▷고유가 부담 완화(10조1000억 원) ▷민생 안정(2조8000억 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2조6000억 원) ▷지방재정 보강(9조7000억 원) ▷국채 상환(1조 원)에 사용한다. 소득 하위 70%(10만~25만 원·3256만 명), 차상위·한부모 계층(45만~50만 원·36만 명), 기초수급자(55만~60만 원·285만 명)에게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원한다.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비수도권 중에서도 인구감소지역에 더 많이 주는 방식이다.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대중교통 환급 확대와 에너지바우처 추가 지원 등 민생안정 대책은 물론 수출금융 공급과 나프타 수입비용 일부 제공 등 기업·산업 지원책도 추진한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6월 민생지원금 13조 원을 지급한 뒤 채 1년도 되지 않아 26조 원 규모의 ‘전쟁 추경’을 편성하면서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1519원으로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추경안 발표 이후 1530원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0일(1561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동전쟁 장기화 영향도 있지만 돈이 풀린다는 심리가 외환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이날 “현재 달러 유동성이 양호한 만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결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으나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이재명 정부의 ‘재정 중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위기가 생길 때마다 재정을 풀어 해결하는 방식은 효과도 크지 않고, 미래세대에 날아들 청구서가 너무 크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어려울 때마다 국민이 정부의 지원금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만이 정부의 역할인지 묻지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선이 두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대규모 추경을 통해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은 오해를 살 소지가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경제 계엄령’인 긴급재정경제명령 검토를 언급한 것은 우려스럽다. 지금은 중동 외 원유 공급망을 찾아 유가를 안정시키고, 미국과의 달러 스와프 체결을 통해 환율을 진정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다. 전쟁은 끝이 나겠지만 한 번 올라간 물가는 내려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