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시장 원리로 자원 분배가 결정되는 시장경제 체제다. 하지만 부동산 정보 비대칭이나 공급 비탄력성으로 인한 시장 실패와 자산 양극화, 그에 따른 부의 편중은 시장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이에 정부는 시장 불안정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정책적 개입을 하게 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은 토지거래허가제, 소유권제한제, 분양가상한제를 비롯해 규제 지역(투기 지역, 투기 과열 지구, 조정 대상 지역) 지정 등 직접적인 방식이 있다. 조세 강화(취득세 중과, 보유세 인상,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 규제, 초과이익환수제,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등 간접 개입 방식도 사용된다. 직접 개입 방식은 특정 지역에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데 유용하다. 간접 개입 방식은 주로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해 보편적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이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해 정책 효과를 높인다.
부동산 시장에 개입한 역대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자. 이승만 정부는 전후 복구와 경자유전 원칙, 사유재산권제로 경제 기반을 닦았다. 박정희 정부는 급격한 산업화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도시계획법’ ‘건축법’의 실질적 제정으로 정책 틀을 잡았다. 전두환 정부는 경기 부양과 하반기 규제를 병행하며 ‘택지개발촉진법’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제도적 안정을 꾀했다. 노태우 정부는 1기 신도시 200만 호라는 대규모 공급 정책과 함께 토지 공개념 3법을 도입해 강력한 투기 억제책을 폈다.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 실명제로 주택 시장 투명성을 강화했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해 분양가 자율화와 세제 감면 등 대대적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을 부양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 영향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분양가 상한제 등 강력한 규제책을 적용하며 투기 억제와 지역 균형 발전에 집중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 규제 완화 기조를 재개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는 다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와 규제 지역 확대 등 고강도 억제책을 지속했으나, 부동산 가격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안정화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양도세 중과 유예와 전매 제한 개편 등 부분적 규제 완화를 진행했고, 현 이재명 정부는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정책을 보면, 서울 25개 구 전체와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 지역(조정 대상 지역, 투기 과열 지구)으로 지정했다(2025년 10월 15일). 그리고 취득세 중과, 양도소득세 중과(2026년 5월 9일까지 유예),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 요건 강화, 전매 제한, 청약 재당첨 제한 등 규제를 적용한다. 또 접근성 좋은 도심지 내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업에 등록된 주택을 시장에 내놓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역대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해 왔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규제(박정희 정부) → 부양, 규제(전두환 정부) → 규제(노태우 정부) → 부양(김대중 정부) → 규제(노무현 정부) → 부양(이명박 정부) → 부양, 규제(박근혜 정부) → 부양(윤석열 정부) → 규제(현재). 부동산 정책이 ‘규제’와 ‘부양(규제 완화)’으로 반복되는 데 원인이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 기조가 규제와 부양을 반복하며 일관성을 잃으면서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 학습효과를 얻은 시장 참여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규제도 풀린다”고 기대하게 돼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시장 왜곡이 심화된다. 이런 정책 불신과 심리적 요인은 제도적 장치보다 부동산 시장 실패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부동산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려면, 논의되고 있는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의사결정 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기구를 잘 활용하면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맞춰 주택 규모를 설계하고, 중장기적 수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시장 상황이 극명하게 다른 만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이원화 정책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주택 시장은 자유 경쟁에 따른 자율적 결정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나, 부동산 특유의 구조적 결함 탓에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개입 자체보다는 정권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 정책의 ‘비일관성’이 문제다. 이제는 단기 대책의 사슬을 끊고,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틀 위에서 ‘장기적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흔들림 없는 정책으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만 시장 왜곡이 바로잡힌다. 그래야 청년이나 무주택자가 노력하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수준의 공급과 가격 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주거 사다리 복원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