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뉴스와 현장] 북극항로 시대의 부산, 항로의 ‘기준’ 만들자

  •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
  •  |   입력 : 2026-03-18 18:49:2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대한민국 극지 연구진이 북극과 남극에서 잇따라 세계적인 성과를 내며 국제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학술적 쾌거를 넘어, 다가오는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 경쟁력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제 극지는 먼 과학자들만의 연구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전략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북극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현장이다.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며 바다는 새로운 항로를 열어주고 있고, 동시에 지구 기후 시스템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우리 연구진이 북극 미세먼지 생성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은 단순한 환경 연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극지연구소는 해빙(바다얼음)과 멜트폰드(얼음 웅덩이), 일반 바닷물에서 생성되는 해염 에어로졸(미세 입자)의 차이를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구름 형성의 씨앗이 되는 이 작은 입자들은 태양빛을 반사하거나 열을 가두며 북극의 온도를 좌우한다.

연구 결과, 미세조류의 유기물이 풍부한 해빙에서의 에어로졸 농도가 일반 바닷물보다 약 3.7배나 높았다. 반면 염분이 적은 멜트폰드에서는 발생량이 급감했다. 북극의 얼음 상태가 곧 구름 형성과 기온 변화로 직결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북극 대기를 평균적 환경으로만 계산하던 기존 기후 모델을 넘어, 기후 예측의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북극 맞춤형 기후 지수’의 등장을 의미한다.

극지 연구의 의미는 남극에서도 빛을 발했다. 한국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수심 1300m의 남극 중앙해령 심해 열수 시스템 탐사에 성공했다. 무인잠수정을 통해 열수를 직접 관찰하고, 경제적 가치가 높은 열수광석의 대규모 분포를 확인했다. 마그마와 바닷물이 만나는 심해의 비밀을 풀어내 극지가 과학을 넘어 자원과 산업, 미래 심해 경쟁의 무대임을 증명했다.

남·북극에서 동시에 이루어진 이 성과들은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극지는 더 이상 지구의 변방이 아니라 미래 질서의 중심이라는 사실이다. 흔히 북극항로를 이야기할 때 컨테이너선 운항이나 물류 거리 단축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항로는 결과일 뿐 본질이 아니다. 진짜 경쟁력은 극지 환경을 이해하고 변화의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 역량’에 있다. 지난해 8월 노르웨이 트롬쇠에 있는 북극 전문 연구단지인 프람(Fram) 센터 내 극지연구협력센터에서 만난 강성호 센터장은 부산 청소년 극지체험탐험대원들에게 “북극은 더는 먼 극지가 아니다. 그곳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자 지구적 전환의 문턱이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한 열쇠는 과학과 협력, 지속 가능한 개발에 있다”고 단언했다. 이른바 ‘과학 외교’다.

항로는 얼음이 열어주지만, 새 시대는 연구가 연다. 기후 변화 예측 능력은 해운 산업의 안전성과 직결되고, 축적된 해양 환경 데이터는 앞으로 국제 규범과 자원 개발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 결국 과학 역량을 가진 나라가 항로의 규칙을 지배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극지 기지를 통해 꾸준히 연구 역량을 다져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값진 연구 성과를 국가 전략, 그리고 도시 전략과 연결하는 일이다.

북극항로 시대는 단순한 바닷길의 개통이 아니라 기후 자원 물류, 외교 질서가 동시에 재편되는 거대한 전환이다. 우리 연구진이 심해와 해빙에서 찾아낸 발견들은 미래 해운 질서의 기초 데이터가 되고 있다. 이 성과를 부산의 해양 산업 및 물류 전략과 접목할 때, 부산은 단순한 항만 도시를 넘어 세계적인 해양 거점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진정한 ‘해양수도’란 단순히 바다를 접한 도시가 아니라, 바다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며 열리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부산의 목표는 분명해졌다. 새로운 항로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도시가 아니라, 그 항로의 ‘기준’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장호정 해양수산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5. 5‘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6. 6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7. 7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8. 8“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9. 9李대통령 “경제 뚜렷한 회복세…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10. 10민주·혁신 합당론 재부상…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6. 6[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7. 7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8. 8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9. 9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0. 10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속보]미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도로에 제트기 추락, 탑승자 9명 전원 사망
  8. 8광주 ‘통합’·부산 ‘연합’…영호남 시민단체, 초광역 상생 대안 모색
  9. 9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10. 10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