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10여 명이 지난달 부산 강서구 한 지하 주차장에서 소화기를 뿌리고 불장난을 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들은 주차장에서 픽시 자전거를 타면서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멈추는 ‘스키딩’ 기술을 구사하는 등 상당 시간 난동을 부렸다. 상가에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나 경찰은 이들이 촉법소년임을 감안, 소년보호사건으로 처리했다.
촉법소년은 범행 시점 나이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범을 뜻한다. 현행범이라도 이들을 체포하는 것은 불법이다.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 대신 ‘소년법’을 바탕으로 한 소년심판제도를 통해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우리 사회는 촉법소년을 성인범보다 온정적으로 대해왔다. 뇌과학자들은 청소년의 뇌신경망이 발달과정에 있고, 판단력을 좌우하는 전전두엽보다 정서적인 자극에 반응하는 변연계의 지배를 받는다고 본다. 미성년 범죄자를 성인과 다르게 다루는 근거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나이는 나라마다 다르다. 독일 일본의 형사 처벌 면제 연령은 우리와 같은 만 14세다. 살인·강도 등 청소년 강력범죄가 늘면서 독일 연방의회에는 형사책임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국내 촉법소년 수는 총 6만5987명이다. 절도 폭력이 대부분이지만 강간·방화·살인 등 중범죄 사건도 더러 있다. 최근에는 딥페이크 같은 사이버범죄나 보이스피싱에 연루되기도 한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는 ‘공중협박’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도 많다. 범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조롱하는 촉법소년까지 있다. 2년 전 지구대에서 촉법소년들이 경찰관을 발로 차고 욕설을 쏟아내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은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최소한 한 살은 낮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인 것 같다”며 “이를 수렴한 후 두 달 뒤에 결론을 내자”고 시한을 못박았다. 청소년 범죄행태 변화와 국민 법감정을 반영해 모두가 납득할 사회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도다. 일각에선 소년범 처벌 강화가 낙인 효과와 재범 우려를 높인다며 반대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시도와 함께 소년범 발생 원인 분석과 예방책, 재발방지 프로그램 등 대안 마련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