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심각해지는 취업난으로 ‘고수익 해외 알바’는 청년들에게 간절한 기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기회의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월급이 아니라 전과자라는 인생의 주홍글씨일 수 있다. 캄보디아 스캠범죄에서 보듯 극심한 취업난과 빚, 경제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단기간 고수익이라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범죄에 가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층을 끌어들이는 스캠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스캠이란 속임수로 돈이나 개인정보를 빼앗는 사기 행위를 통칭하는 말로 보이스 피싱을 비롯해 로맨스 스캠, 리딩방 사기, 노쇼 사기 등이 대표적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이러한 스캠이 수백 곳의 범죄단지 안에서 산업처럼 운영되고 온라인 매체에 익숙한 청년들에게 고수익 알바, 숙소 및 항공권 지원 등과 같은 조건을 내걸어 범죄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고수익 알바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이 바뀐다.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기고 철문이 달린 건물에 갇힌 채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에 동원된다. 정해진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이 이어지고 가족을 인질 삼아 협박하기도 한다. 취업사기의 피해자가 동시에 가해자로 내몰리는 구조다. 한번 가담하면 혐의를 벗기가 극히 어렵다. 탈출 시도나 구조 요청 등 객관적 정황이 없으면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메시지 삭제 같은 증거인멸 정황은 오히려 가중 요소가 된다.
처벌 수위도 일반적인 사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캄보디아 스캠처럼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루어진 경우, 형법상 사기죄 외에도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다. 범죄단체조직죄란 사형·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구성원으로 활동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다. 역할이 작아도 조직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형의 근거가 된다. 얼마 전 부산으로 압송되어 온 피의자들이 전원 구속된 사례만 보더라도 스캠범죄에 대한 법의 잣대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캄보디아 스캠은 단순 사기가 아니라 국경을 넘는 조직범죄다. 범죄단체 가입죄는 실제로 사기 전화를 걸었는지와 무관하게 조직에 들어간 그 자체로 성립한다. 한국 형법은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라도 피해자와 자금 흐름이 한국과 연결되면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해외에서 한 일이라고 빠져나갈 수도 없다. 따라서 범죄에 연루되었다면 즉시 자수하는 것이 처벌 수위를 낮추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실무를 하고 있는 변호사로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가담자 상당수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는 “속아서 갔으니 피해자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법원은 탈출 자체가 불가능했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강요에 의한 행위로 인정한다. 반면 범죄의 목적을 알면서도 계속 일했거나 다른 사람을 모집해 조직에 넘긴 행위가 확인되면 적극적 가담자로 판단한다. 속았다는 출발점이 있더라도 알고서 머무른 순간부터는 자신의 선택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범죄는 애초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채용 공고, 비현실적으로 높은 급여, 여권 제출이나 선입금 요구가 있다면 모두 스캠의 신호로 봐야 한다. 고수익이라는 유혹 앞에서 멈추는 것,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