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이 미국, 아니 지구적 논란이다. 온실가스에 대한 위해성 및 원인·기여 판단(Endangerment and Cause or Contribute Findings for Greenhouse Gas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위해성 판단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가격 인상을 초래한 오바마 시대의 재앙적 정책이었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독설을 날렸다. 또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단일 규제 완화 조치’라거나 ‘1조3000억 달러 이상의 규제 비용이 사라진다’,‘시동이 더 잘 걸리고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잘 작동하는 차를 얻게 될 것’이라는 사탕발림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의 말처럼 ‘위해성 판단’은 오바마 행정부가 어렵게 만든 지구 온난화 지연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가지 핵심 온실가스를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해를 끼치는 오염원으로 지정했다. 당시 200쪽 분량의 분석 보고서, 38만 건이 넘는 시민 의견, 두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위해성 판단’ 규정이 탄생했다. 이 규정은 이후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주 정부가 자동차 배기가스나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등을 규제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덕분에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하락 추세를 유지했다. 그런 친환경 규정을 트럼프가 전격 폐지한 것이다.
트럼프의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 기후정책은 예견된 일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집권 초인 2017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합의인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 탈퇴를 선언했다. 당시 트럼프는 파리협정이 미국의 경제 주권과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인 탄소 감축 결의를 비판했고 다자체제에서 이탈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첫날 파리협정에 재가입하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다시 이를 뒤집었다. 그리고 마지막 보루라 할 만한 ‘위해성 판단’까지 무력화했다. 자국의 이익 앞에서 전 지구적 기후위기도 무시하는 소위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끝판왕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규제완화는 단지 자국 내 환경정책 후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국제공조에서 이탈하면 EU 등 다른 나라의 탄소감축 의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 석탄을 두고 “여러 세대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수십억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트럼프 공개발언, 백악관에서 드러내놓고 석탄 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주최하는 미국을 어느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파트너로 생각하겠는가.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0년 대비 45% 줄이고 2050년경 온실가스 순배출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파리기후협정 목표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다. 시장조사기관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 집계치는 전년보다 2.4% 늘어난 59억 미터톤(metric ton)이다. 2005년부터 꾸준히 감소하다가 반등한 것이다. 비영리 환경단체 환경방어기금(EDF)은 트럼프 행정부의 위해성 판단 폐기로 2055년까지 자국 내 대기 중에 최대 180억 미터톤의 기후 오염 물질 배출량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배출한 양의 약 3배 규모다. 이에 따른 추가 오염으로 2055년까지 최대 5만8000건의 조기 사망과 3700만 건의 천식 발작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해당 단체는 밝혔다.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 상태로 방치된다면 4.1~4.8℃ 오르고 파리기후협정 이상의 정책을 제대로 수행해도 2.3~2.6℃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민간단체도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대형산불과 초강력 태풍, 세계적 기후재난은 일상이 됐다.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위기감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임훈 독자여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