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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현실이 된 ‘AI 일자리 습격’

‘문송·컴송’ 취업위기 상징…기술 급발전 개발자 울상

고급 전문인력 대체 빨라…두려움 대신 공존법 찾길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6-02-09 19:18:0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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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대학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위해 전 교원이 비상이 걸리는 때다. 공대나 이과에 비해 취업이 어려운 문과계열은 학생 충원이 골칫거리다. 이제 ‘문송(문과라서 죄송하다)’은 보편적인 용어가 됐다.

AI열풍과 함께 대학가에선 또 다른 신조어가 등장했다. ‘컴송(컴퓨터공학과라서 죄송하다)’이다. 1990년대 정보기술(IT)이 급성장한 후 컴퓨터공학과는 취업 걱정이 없는 학과였다. 코로나19사태 전후로 코딩 학습 열풍과 챗GPT 등장으로 컴퓨터공학과 인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런 컴퓨터공학과가 생성형 AI 상용화로 몸값이 떨어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할수록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다. 기초 코딩과 문서화 작업을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는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수만 명을 감축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대학 취업률 공시를 보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2023년 83.8%에서 2025년 72.6%로, 같은 기간 카이스트 전산학부는 77.9%에서 69.8%로 하락했다.

번역·글쓰기 영역에서 AI가 인간보다 낫다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까지 나왔다. 인간과 AI는 인조 때 우의정을 지낸 장유의 ‘홀로일 때 삼가라(愼獨箴·신독잠)’를 각자 영어로 옮겼다. 이 번역문을 두고 진행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영문학과 교수 16명 가운데 12명이 AI의 손을 들어줬다. AI는 단순히 단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유학적 맥락을 읽어내며 ‘하늘’을 ‘Sky’가 아닌 초월적 존재를 뜻하는 ‘Heaven’으로 번역해냈다. 맥락과 해석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은 경이롭다.

2016년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승1패로 이겼을 때만 해도 내심 놀랐지만 이렇게 빨리 AI 시대가 도래할지 몰랐다.

지난주 화제가 된 AI기업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는 AI 기술 발전에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AI가 문서 작성 분석 코딩까지 동시에 수행한다. “이번 분기 매출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명령하면 엑셀을 열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글로벌 증시에 상장된 톰슨로이터 페이팔홀딩스 등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업 주가가 줄줄이 무너진 이유다. 소프트웨어 개발직군과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이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컴퓨터공학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대형 로펌은 자체 AI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AI가 판례 분석은 물론이고 변호인 의견서와 계약서 작성까지 처리한다. 월 500만 원을 주고 신입 변호사를 고용하느니 월 10만 원대 법조 전문 AI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로펌들이 기본 업무를 AI에게 맡기면서 신입 변호사 채용이 줄고 있다. 회계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여러 명이 하던 일을 베테랑 회계사 1명이 AI의 도움을 받아 처리할 수 있다. AI가 진료 차트, 영상 판독을 정확히 해내면서 의사 역시 안전한 직업군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30년이면 수행하는 업무의 90% 수준에서 AI로 자동화할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90%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지난 1월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면서 AI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실감했다. 그런 만큼 신기술 활용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 현대차 노조는 노사 간 합의 없이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현대차 사례 외에도 작업현장 곳곳을 로봇과 AI가 꿰차기 시작하면서, 노동자 일자리 대체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선언에 이재명 대통령은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으니 그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한 우리나라 생산 현장에서 로봇 도입 확대가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노동계 반발을 19세기 산업혁명에 저항해 생산 체계 혁신을 막아 섰던 영국 노동계의 러다이트운동으로 무작정 비난해선 안 된다. AI로 인한 노동 현장의 피해를 어떻게 막고 보호할 것인지부터 논의돼야 한다. 정부가 구조적 실업, 임금 격차 확대 등에 국가적 대응책을 내놓는 게 우선이다. 해외 각국은 법·제도 정비를 통해 신기술 시대의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나섰다.

시대적 혼란을 겪는 개인은 장강명 작가의 책 ‘먼저 온 미래’에서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단 생각이 든다. 알파고 충격 이후 바둑계는 AI 연구를 통해 기력 향상과 새로운 전략 습득에 활용하고 있다. 대국에서 AI 도움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등 규제책을 만들었다. AI를 적이 아니라 훈련·분석 도구로 적극 활용하며 기량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과 저항을 넘어 AI와 공존할 방법을 찾아내야 할 때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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