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홍의 세상현미경] 한국에 유리해진 글로벌 환경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  |   입력 : 2026-02-05 18:47:1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한국경제는 참 어려웠다. 1992년 이후 큰 폭의 무역흑자를 보던 대중 무역이 2022년 적자로 전환되었고, 미국과의 관세 갈등이 격화되며 2025년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다. 그나마,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한 수출이 늘면서 수출 총액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 위안이다. 그런데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 글로벌 환경이 한국에 급격히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AI 시대가 열리며 새로운 먹거리가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AI용 인프라 수요가 폭발해서다. 천문학적 연산을 위한 반도체, 이를 작동시키기 위한 데이터센터, 여기에 공급되어야 할 막대한 전기, 이를 감당할 송전 시스템, 데이터센터 유지에 필수인 보조 배터리 등 전방위적 인프라 수요가 갑자기 터졌다. 이것들을 갖추려면 고급 메모리 반도체, 원자력, 발전용 터빈, 송전선로, 데이터센터용 이차전지, 각종 운용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한국이 독보적으로 잘하는 분야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변되는 피지컬 AI의 등장도 한국에 큰 호재다. 로봇이 활용될 고도의 제조 시스템이 한국에 즐비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삼성그룹 이재용, 현대기아차 정의선 회장이 깐부 모임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자국 첨단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는 것도 한국에 유리하다. 이차전지가 대표적이다. 이 산업의 선두 주자는 한국과 중국이다. 두 국가는 서로 다른 전략을 택했다. 한국은 고가형 삼원계에 주력했고, 중국은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주력했다. 한국이 고가형을 택한 이유는 저가형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있었다. 그런데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이 고가형을 외면했다.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는 데 싼 배터리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멍이 들었다. 이렇게 사업을 접나 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AI용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증하면서 보조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폭발했다. 여기에 사용되는 것이 LFP 배터리다. 정상이라면 중국 배터리가 이 시장을 장악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의 진입을 막았다. 이 빈자리를 오롯이 한국이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 배터리 3사의 주가가 폭등한 이유다.

글로벌 수준의 지정학적 위기도 한국에 유리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한국의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 다연장 로켓, 한국형 군함 수출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지역 내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며 한국 방산 제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서다.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후유증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나라들이 한국 무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갈등하고 있는 중동에서도 한국 무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 중이다. 남태평양에서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나라들도 한국 무기에 관심이 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무기는 미국이나 독일 무기의 대체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줄 서지 않으면 사기 어렵게 되었다.

조선도 신이 났다. 한국이 액화천연가스(LNG)선에서 초강세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이 강세인 벌크선에서도 중국을 밀어내고 있다. 전에는 중국이 값싼 건조비를 무기로 한국을 따돌렸다. 하지만 변화가 생겼다. 유지비와 중고 가격까지 따져 보니 한국산이 훨씬 저렴함을 선주들이 알았다. 한국 배는 운항 중 고장으로 절대 서지 않는다. 연료도 많이 먹지 않는다. 잔고장이 적어 수리비도 적다. 그러니 중고 가격도 훨씬 높다. 총비용을 비교해 보니 한국 배가 더 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배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25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라, 연비가 높고 탄소 배출이 적은 고효율 선박이 필요해졌다. 이런 배를 만드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여기에 암모니아와 수소 추진선, 배터리 구동형 배 등 첨단 조선에서 한국이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에 유리한 환경은 더 있다. 러·우 전쟁이 마무리되면 러시아와 한국 간의 긴밀한 경제협력이 기대된다.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에서 읽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유럽도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2026년 1월 유럽은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장비 기업을 퇴출하기로 했다. 정보통신(컴퓨팅, 클라우드), 인프라(전력 공급망, 물 공급 시스템, 국경 검문소 보안 스캐너), 미래 산업(자율주행차, 드론, 반도체, AI 소프트웨어), 친환경 및 기타(태양광 패널, 배터리, 의료 기기, 항공, 우주)의 18개 핵심 산업에서도 중국을 퇴출하기로 했다. 유럽이 이들 기술에서 낙후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한국에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과제도 있다. 첨단 산업으로 옮겨 탄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포화기나 쇠퇴기 산업에 머물고 있어서다. 지역에 따라서는 쇠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다급해졌다. 중소기업이 첨단 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구조조정을 빠르게 끝내야 해서다. 쉽지 않지만, 이 길 이외 답이 없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0. 10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6. 6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7. 7[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0. 10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9. 9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0. 10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