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에게 고민이 생겼다. X(옛 트위터)를 깔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것이다. SNS는 정치인 동향 체크용으로만 활용할 뿐인 기자로서는 더 이상의 앱을 추가하고 싶지 않았지만 최근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게시글을 확인하기 위해 X를 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X 98만 명, 페이스북 51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파워 인플루언서’ 이 대통령의 SNS 사랑은 유별나다. ‘SNS는 내 목숨줄’ 이라며 직접 소통을 중시해 온 그였기에 청와대 입성 후에도 ‘SNS 정치’는 이어지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건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수많은 찬반 댓글이 달린다. 최근 설탕 부담금 논쟁부터 부동산까지 SNS를 통해 이슈를 띄우고 또 반박하면서 이젠 청와대 공식 브리핑보다도 이 대통령 SNS에 더 눈길이 쏠리고 있다.
늘 대통령의 말을 쫓아가는 정치부 기자는 엄청나게 많은 대통령의 ‘말의 향연’ 속에 살게 된다. 한 두 시간씩 생중계되는 국무회의를 한번 놓치기라도 하면 무수하게 많은 이슈들을 빠뜨리게 되는 셈이어서 벼락치기라도 해야 하고, 쉬는 날이라도 이 대통령의 SNS는 꼭 챙겨야 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이 ‘너무 많이’ 알려지고, ‘너무 쉽게’ 소비되면서 그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논란이 된 설탕 부담금 논쟁만 해도 처음은 의견을 묻는 형식의 메시지였지만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야권의 비판과 언론의 확정적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은 “국민 의견을 물었을 뿐인데 설탕세 도입으로 왜곡했다”며 반박 메시지를 내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저 의견을 물었을 뿐”이라고 말하기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갖는 힘이 너무 크다.
이 대통령은 최근엔 연일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드러내며 폭풍 트윗을 날리고 있다. 말은 점점 거칠어지고 때때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메시지는 야당 및 일부 언론에 비판거리를 제공하고, 대통령은 거기에 특정 언론 보도를 링크하며 다시 반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언론을 향해 “정부에 대한 ‘억까’는 자제해달라”거나 “돈은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건 아니겠죠” 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최근엔 캄보디아 스캠 범죄 등을 겨냥해 캄보디아어인 크메르어로 “한국인을 건드리면 패가망신”이라는 메시지를 썼다가 캄보디아 정부의 문의를 받은 뒤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과정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게 최선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의 언어는 정제돼야 하며, 그 무게는 태산과 같아야 한다. 중차대한 정책 사안을 숙의 과정 없이 SNS에 툭 던지듯 올려 여론을 떠본다든가,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될 때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국민의 신뢰는 오히려 흔들린다. 말보다 정책으로,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대통령의 말이 언제나 100프로 옳을 수는 없다. 또 280자의 제한된 언어로 설명하기엔 SNS 공간은 너무 좁다.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언론 보도 하나 하나에 반응하고,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대통령이 직접 반박하는 모습은 생소할 뿐만 아니라 좀 불편하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건 혹여나 원하는 정책 목표를 얻지 못했을 경우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이 대통령의 정책 의지, 진정성은 이미 충분히 전달됐다. “바늘 구멍 틈도 허용하지 않게 치밀하게 정책을 짜자”고 했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영역도 있다. 최근의 집값 상승도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외부 요인도 작용했다. 외부 변수에 의해 부동산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수 많은 강경 언어를 쏟아낸 이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SNS가 좋은 공론장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친 SNS 의존은 부작용을 낳는다. 대통령이 된 지금 말의 무게는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SNS라는 가상의 광장을 벗어나 시스템에 기반한 국정 운영과 정교한 정책 조율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과열된 이 공론장을 이제는 좀 식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유선 서울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