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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호모 이그지스투스(Homo-Existus)의 시대

허남영 국립부산과학관 전시교육본부장

  • 허남영 국립부산과학관 전시교육본부장
  •  |   입력 : 2026-02-02 18:44:0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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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컴퓨터학자 앨런 케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명언은 오늘날 기술 격변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순한 수사를 넘어선 생존의 과제로 다가온다.

올해 들어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단순히 자동차 판매 실적 때문이 아니었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에서, 지난 2021년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보여준 가능성이 결정적이었다. 인간의 체형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기존 공장 설비를 바꿀 필요 없이 즉시 투입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간 노동의 가장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했다. 아틀라스 도입 소식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과도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진통이겠으나, 이것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사실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시대의 흐름을 읽으려는 노력은 매년 초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WEF)에서도 확인된다. 10년 전인 2016년, 이 포럼에서 발표된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65%는 사회에 나올 때, 6학년 때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는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직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자 대학에 진학했지만, 막상 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었을 때 절반 이상은 학과에서 배운 것을 써먹을 직업이 없게 된다는 경고였고, 지난 10년은 그 경고가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올해의 다보스 포럼 역시 그 연장선에서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나눈 대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술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미래를 혁신하는 기업인과 자본의 시각에서 미래를 가장 정밀하게 예측해야 하는 거물이 바라보는 미래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머스크는 인류가 노동이 불필요한 ‘초잉여(Super-abundance)’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예고했고, 2026년을 기점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며 물리적 노동 비용은 재료비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예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물리적 공학 기술의 한계나 규제의 벽을 들어 비판한다. 하지만 그들의 비판조차 그러한 미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실현되기까지 사회적 합의와 제도를 정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결국 방향성은 정해졌고 도달하는 속도의 문제만 남은 셈이다. 인류 기술 발전의 역사는 언제나 인간이 하기 싫은 생존 노동의 비중을 줄이고, 하고 싶은 일에 쓸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3차 산업혁명까지는 인간이 업종을 바꿔가며 노동을 유지해 왔으나, 이제는 생존을 위한 노동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근본적인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생존 노동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몇 가지 유형의 사람들로부터 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일론 머스크나 빌 게이츠처럼 가장 부유해서 부를 추구할 필요가 전혀 없지만, 인류 발전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고 극한의 몰입을 즐기는 부류다. 둘째는 많은 부를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 미식 수집 등에 집중하며 삶을 향유하는 이들이며, 마지막은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파이어(FIRE)족’이다. 물론 노동이 미덕이었던 시대를 지나온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새로운 삶의 방식이 등장할 수도 있다.

변화의 속도가 아무리 늦춰진다 해도, 지금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필자의 아이가 사회에 진출할 즈음이면 기술적 토대는 물론 사회적 합의도 어느 정도 완성될 것이다. 노동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는 시대, ‘존재’ 자체가 의미와 가치를 갖는 ‘호모 이그지스투스’에게 지금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과학관에서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을 마주할 때마다 고민이 깊어진다. 미래를 위한 과학 교육은 지식과 기능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생존노동이 사라진 시대에 ‘탐구하는 즐거움’을 통해 인간다움의 가치를 추구하는 여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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