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주년을 맞아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선정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는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었다. 그는 베니스 황금사자상, 베를린 황금곰상, 칸 황금종려상 등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휩쓴 거장이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내 정치·사회 체제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2010년 징역 6년과 영화제작·여행 금지 2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수차례 탄압에 시달려왔다.
그는 정부의 오랜 검열 속에서도 영화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존재 의미를 조명해왔다. 고 김지석 BIFF 수석프로그래머는 이란 영화를 세계 관객에게 알렸다. 파나히 감독이 22년 만에 BIFF를 방문했던 지난해 가장 먼저 김 수석프로그래머 묘지를 찾은 것도 이런 이유였다. 파나히 감독 영화 속 이란은 우리나라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처럼 정부를 비판하면 고문과 형벌이 가해지는 비민주적인 사회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그저 사고였을 뿐’은 이란 사회에 일고 있는 ‘여성, 삶, 자유’ 운동을 반영한다. 여성 배우들은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를 걷거나 큰 목소리를 낸다. 이는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란의 변화를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최근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히잡을 쓰지 않은 이란 여성들이 최고 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사진을 불태워 담뱃불로 사용하는 장면이 확산되고 있다. 체제에 대한 공개적 저항을 상징한다. 지도자의 사진을 태우거나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는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이란 당국은 지난 8일부터 인터넷과 통신망을 차단했으나 SNS를 통해 시위 현장 영상은 계속 번진다.
이란은 1979년 민중 혁명으로 종교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신정체제를 구축했다. 최고 종교지도자가 군·사법·방송을 장악하고 대통령과 의회는 제한된 권한만 행사한다. 혁명 직후 국유화와 반미노선을 고수하면서 국제 제재가 이어졌고 이란 경제는 고립됐다. 결국 참다 못한 민중이 봉기했다. 지난달 말 경제 위기와 물가 급등으로 촉발된 시위가 최고지도자와 신정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확장됐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신의 적’으로 규정하고 사형까지 언급하며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이란 반정부 시위 사망자가 6000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개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맞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중동정세가 긴장국면으로 치달아 걱정스럽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