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준석(유오성 분)이 동수(장동건 분)를 죽이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살인교사 혐의로 법정에 선 그는 “제가 했습니다”고 담담하게 죄를 시인한다. 면회 온 친구가 그에게 묻는다. “니 와 그랬노.” 그때 준석은 쓸쓸하게 웃으며 말한다. “쪽 팔리서. 동수나 내나 둘 다 건달 아이가. 건달이면 쪽 팔리면 안 될 꺼 아이가.”
12·12와 5·18로 내란 재판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1심 최후 진술은 이렇다. “생명에 연연하거나 처벌을 두려워 하는 마음은 없으며 오직 바라는 것은 본인 하나의 처벌로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를 막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입니다.” 국정농단 1심 결심 공판에서 국선변호인이 대신 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 법정 진술은 이랬다. “모든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내란 직권남용 뇌물 등 혐의로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은 여러 명이다. 어떤 이는 너무 당당하고 뻔뻔한 태도로 화를 돋구었을지언정, 국민으로 하여금 최소한 낯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준 적은 별로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이 1심 결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9일이 결심 공판이었으나 김용현 전 국방장관 측 ‘침대 변론’ 바람에 검찰 구형과 피고인 최후 변론은 13일로 연기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내내 변명과 책임 전가로 일관했다. 심지어 지난 5일엔 이런 말까지 했다. “(계엄을 선포하면) ‘야당한테 역공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얘기했어야 하는데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극소수 측근을 빼고는 아무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해놓고 누가 조언을 했어야 한다는 건가. 자신 때문에 국무위원과 군경, 일반 공무원까지 수십명이 내란 공범 혐의로 처벌받을 위기에 처한 현실에 대해 눈꼽 만한 죄책감도 없다.
12·3 비상계엄 사태 과정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국면이 여럿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한남동 사저에 들이닥쳤을 때 경호처 직원들이 순순히 길을 터준 장면이다. 그것으로 윤 전 대통령이 부하 직원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는지 드러났다. 기자가 아는 한 보수 인사는 “윤석열 박영수 같은 이들에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니 기가 찬다”고 했다. 조폭 만큼의 의리도 없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법정 진술 하나 하나는 생중계 되고 있다. 사람은 시험대에 서지 않으면 밑바닥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윤석열’ 뿐이겠는가.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