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시대에는 나라를 위해 전투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공직 상업 금융 등 집안의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주어졌다. 이런 권한을 받은 사람들을 기사라 하고 당시 언어로 에퀴테스라고 불렀다. 나라 사정이 어려울 때는 스스로 군비를 마련해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던 이들은 기사단이라 불리며, 당시 파트리키라는 상류층과 플레브스라는 평민 사이에서 사회 중추를 이루며 행정과 안보 등의 책임도 맡은 중견 계급적 존재였다.
돌연, 지구의 사정은 강대국들이 부딪히며 갑자기 국제관계는 무력을 앞세운 갈등과 마찰로 강 대 강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어느 나라에 살든 앞으로 각 나라의 청년은 그들 앞에 유사시 국가의 어떤 부름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국제관계는 차갑게 돌변하고 있다. 이런 격돌이 지나치면 각 나라의 청년은 로마시대의 기사처럼 국가 분쟁의 현장으로 나아가 자신을 던져 나라를 지키는 일을 피하기 어려울지도 모를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직업을 찾고, 인생을 꿈꾸고 싶은 청년은 이제 인간의 고전적 문명인의 역할이던 노동과 사고와 조직행동을 배우고 익히는 초지능 연산 추론 언어 등으로 무장한 새 문명 도구인 인공지능(AI)의 압박에도 직면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청년은 불시에 국가의 위기 대응도 담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저마다의 심중을 찾아오는 가운데, 그 어느 시기보다 생업 준비와 인생 착지의 고단함이 깊이 자신을 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부쩍 힘쓰기 예능 방송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강력한 피지컬을 만들기 위해 자기 몸을 진심으로 연마하는 풍경이 늘어난 것은 마치 이 같은 청년의 시대적 고민의 단면을 드러낸 듯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 청년의 고용 사정과 인생 기반 잡기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고 엄중하다. 도무지 길이 잘 보이지 않으며, 부모나 당사자나 학교의 교육자나 모두 당황하는 카오스 그 자체이다.
뉴욕은 이전부터 첨단 지식기업과 문화사업가들이 모이는 도시로 만들어 청년의 꿈을 돕겠다고 도시 혁신의 구상을 가진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종종 나왔지만, 그럴 때마다 뉴욕의 정치 민심이 이를 반대했다. 유능하고 야심 찬 청년이 몰려오면 가뜩이나 높은 뉴욕의 생활비만 올라가고 주거비만 상승한다는 이유였다. 이렇게 보면, 청년은 도시의 미래 주인공이면서도 현재 도시의 약자이기도 하다.
역사 속의 베네치아는 달랐다. 1100년을 도시국가로 존속한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와 에게해 곳곳에 젊은 상인들 거점을 만들고 외교관을 보내 이들을 보호하면서 베니스상인으로 키웠다. 이때의 상인 보호를 위한 외교관 파견은 세계 최초의 외교 사례로 남아 있다. 부산은 청년이 꿈을 가지고 미래를 그릴 만한 큰 호조건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항구이고, 하나는 증권시장이다. 항구와 증시는 청춘의 힘을 모으는 강렬함이 있는 매력적 단어들이다. 이런 여건의 도시로 대표적인 곳은 싱가포르와 암스테르담이다. 암스테르담은 증시의 역사적 출발지이고, 싱가포르는 아시아 금융허브로 존재감이 크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곳이 예나 지금이나 국제무역항의 위상이 크다는 점이고, 국제상거래와 관련한 직종이나 일자리가 많은 도시란 점이다. 주로 그 도시에서는 ‘거래’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한다. ‘거래’는 무역 증권 시장에서 두루 쓰는 단어이다. 국제시장 부산진시장도 거래의 요람이고, 부산항도 부산증권거래소도 모두 거래의 장소이자 플랫폼이다. 부산의 상인 정신과 거래의 기술은 이런 곳에서 발휘되고 계승돼야 한다.
과거 중국에는 휘상이란 명상인들이 있었다. 휘주지역의 청년이 상인으로 육성돼 전국을 누빈 시절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이 척박한 이곳은 지역 출신 선배 상인들이 돈을 대주고 상술을 길러가며 이곳 청년의 꿈을 키워 중국 상권을 오랫동안 주도했다.
부산처럼 항구가 있고 시장이 잘 발달된 도시는 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도, 서민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도 상인들이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새해부터 부산이 본거지인 거래소의 증시가 활기를 띤다. 부산의 청년이라면 증시의 거래전문가로도 한번 직업을 그려볼 만하다. 필자는 40년 넘게 증시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증시의 거래전문가는 특히 청춘 시절에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콜럼버스가 인도를 찾아간다고 유럽을 돌며 돈을 구하고 배를 찾고 사람을 얻은 곳이 바로 각 나라 부둣가였다. 신대륙 거래의 꿈을 가진 상인들이 모여든 무역항으로 자리를 잡아가며 증권거래소 중심의 금융도시로 발달한 곳은 암스테르담이다. 이런 여건의 부산사람이 정작 바다와 직접 관련된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은 항구도시로서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올해는 부산이 다시 바다에서 힘을 얻고, 우리 청년이 시장과 만나는 시간도 자주 만들어주자. 새해에는 지자체가 주관하여 우리 청년에게 바다 증시 시장터에서 흥정과 응대와 거래를 잘하는 ‘장사의 신’을 뽑는 부산청년 장사 경연 이벤트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 사실 청년은 기운이 장사이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장사해보기에도 참 좋은 꽃다운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