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6년 한국 경제와 관련해 최근 한 달여간 유독 반복한 단어가 있다. 바로 ‘대전환’이다. 지난해 12월 거의 매주 개최된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서 그는 “본격적인 경제 대전환을 위해 내년(2026년) 잠재성장률 반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여파 등으로 긴 터널을 지나 온 우리 경제가 이제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성장 궤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자 의지의 표현이었다. 잠재성장률은 ‘경제 기초체력’을 의미한다.
실제 2025년 우리 경제는 극한의 불확실성과 마주해야 했다. 비상계엄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추락했고 지난해 초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세계를 강타한 ‘관세 충격’은 정도만 다소 완화됐을뿐 사실상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24년 12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사태의 쇼크(충격)가 예상보다 클 것 같다”고 우려한 것처럼 정치·사회적 혼란과 이로 인한 한국 경제의 위기는 사실상 1년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한국 경제는 구 부총리가 강조한 것처럼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일단은 높아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제시된 국내외 주요 기관의 2026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025년 전망치(0%대 후반)와 달리 대부분 1%대 후반 수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은 ‘올해 우리 경제가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개선돼 2%대 성장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됐다’는 기대로 이어진다.
마침 구 부총리도 지난해 12월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내외 도전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6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경제정책 기획·조정 강화 ▷잠재성장률 반등 ▷민생안정 및 양극화 적극 대응 ▷전략적 글로벌 경제협력 ▷적극적 국부창출 ▷재정·세제·공공 혁신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충분한 실탄’도 확보됐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은 총지출 기준 역대 최대인 727조9000억 원 규모로 확정됐다. 여기에 기재부는 올해 세출예산(624조8000억 원) 중 75.0%인 468조3000억 원을 상반기에 투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계획이 원활히 시행되면 구 부총리의 언급대로 2026년을 ‘경제 대전환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올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어쩌면 2025년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고환율을 잡아야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외환당국의 거듭된 구두개입과 비과세 혜택 한시 적용 등 최근 발표된 외환시장 안정 대책은 사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 임시방편의 성격을 갖는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계엄’이라는 돌발 변수에 기인한 지난해 초와 달리 ‘달러 부족’과 미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외환시장 불확실성은 지난해 초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환율은 기름값을 비롯한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난제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 10·15 대책 등 역대 최고 수준의 규제 방안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더 두드러진다. 지역 간 부동산 시장 양극화 심화는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올해 한국 경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복합 위기 속에서 ‘진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우리 경제가 복합 위기를 극복할 경우 퀀텀 점프(대도약)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일단 올해 초 예상 가능한 대내외 변수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그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정책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환율·물가·주택시장 안정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토대로 성장동력 확보와 구조 개혁, 양극화 해소 등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석주 세종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