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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넘버 원’을 향해가는 ‘온리 원’ 유엔기념공원

서정인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

  • 서정인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
  •  |   입력 : 2025-12-29 18:32:3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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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재한유엔기념공원 조성 75주년을 맞는다. 유엔기념공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묘지다. 영어로 하면 ‘온리 원(Only One)’인 것이다. 이는 한국전쟁이 유엔군이 참전한 최초이자 유일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쟁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전사한 14개국 유엔군 2334명이 부산 남구의 4만 평의 땅에 평안히 잠들어 있다. 이곳 묘지에는 사계절 내내 꽃이 핀다. 겨울을 이겨낸 홍매화부터 목련 겹벚꽃 장미 등이 공원 곳곳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잔디는 늘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으며, 특히 묘역의 영산홍은 묘비를 가리지 않도록 네모반듯하게 가지를 친다. 평화로운 묘지를 방문한 이들은 연신 유엔군의 고귀한 희생에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눈앞의 풍경을 보고 ‘뷰티풀’을 연발한다. 그러나 필자는 유엔기념공원이 아름답기만 한 ‘온리 원’으로 머물기보다,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살아 있는 기억의 공간’으로서 한국전의 역사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넘버 원’ 유엔기념공원이 되길 희망한다.

지난 11월 11일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국제 추모행사가 유엔기념공원 상징구역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정부 인사, 외교사절, 시민 등 800여 명이 참석했고 그 중 10%는 해외 참전용사와 유가족이었다. 96세의 한 캐나다 노병은 휠체어에 앉아 기념동상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앞에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평전투에서 싸웠던 전우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눈앞의 묘비로 남겨진 전우들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낫지 않는 상흔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그들의 이름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으리라 생각하니 필자의 마음도 아팠다. 네덜란드의 한 유가족은 자신이 찾던 묘비를 발견하자마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묘비에 입을 맞췄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있는 역사로, 풍경으로 한국전쟁이 그들에게 남긴 깊은 상처와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유엔기념공원의 위상은 이 같은 감동적인 장면들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매년 40만 명 이상의 국내외 참배객이 찾는 이곳에서는 매년 120회가 넘는 공식 참배행사가 열린다.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는 이곳이 국립현충원과 다름없는 예우의 공간이며, 안장국 대사에게도 부임 직후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다. 특히 튀르키예는 공원을 ‘성지’와 같은 장소로 여겨 이곳을 성지순례하듯 찾는다. 이는 유엔기념공원이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기억과 예우가 공존하는 상징적 공간임을 증명한다.

매일 해가 뜰 때, 공원에서는 ‘오늘의 추모용사’를 기린다. 안장자 기일에 맞춰 소국기와 하얀 국화를 묘에 헌화하는 일이다. 어떤 날에는 묘역에 하얀 국화꽃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날에는 ‘치열한 전투가 있었겠구나’ 싶어 지날 때마다 저절로 숙연해진다. 이 의식은 공원이 ‘살아 있는 기억의 현장’으로, 일상 속에서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그들을 기리는 방식은 아마도 우리가 유일하지 싶다.

필자와 관리처 직원들은 공원 75주년을 맞아 기억을 보존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 기억을 확장하고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공원의 존재와 의미를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힘써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쟁의 국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동시에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안장자들의 생애와 전투 이야기를 웹툰으로 제작하는 ‘안장자 스토리 웹툰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전쟁의 기억을 세대의 언어로 번역해 전하려는 시도다. 나아가 공원을 가꾸는 일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유엔평화봉사단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하려 한다. 기억은 함께 지킬 때 비로소 더 단단하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이들이 이곳을 걸으며 유엔군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유엔기념공원은 ‘온리 원’을 넘어 진정한 ‘넘버 원’의 자리로 나아갈 것이다. 그 길은 결코 혼자 이룰 수 없다. 기억을 함께 지키고 이어가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그 여정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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