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30, 31일 국회 6개 상임위원회 연석청문회에 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김 의장,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 등 3명의 불출석 사유서를 28일 공개했다. 김 의장은 지난 17일 청문회도 출석을 거부하면서 새로 선임한 한국법인의 외국인 대표를 대신 보내 비난 받았다. 지난 25일에는 “유출자 진술과 증거물 등을 바탕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는 3370만 명분이 아니라 3300명분이고 추가 피해도 없다”는 ‘셀프 조사’ 결과를 단독 발표했다. 사고 공개 한달만인 28일에야 김 의장이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탈팡’ 여론은 오히려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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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은 지난 25일 개인 정보 유출 사태 수사와 관련해 단독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출자가 3300만 명의 정보를 빼갔으나, 그중 3300명만 저장했다고 밝히며 범행에 사용된 장비도 회수했다고 공개했다. 사진은 쿠팡이 발표한 데이터 회수 모습. 쿠팡 제공 |
정부는 쿠팡 사태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경찰 등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유출 경위와 피해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 쿠팡은 조사 대상이지 결코 조사 주체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자체 조사를 벌이고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 내용 또한 애초 알려진 피해 규모의 1만분의 1이다. 사고 책임자인 회사가 유출직원을 직접 접촉해 진술을 받아내고, 잠수부를 동원해 증거물을 회수하고 분석한 결론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특정 회사로 인해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한 사건사고는 많았지만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처리 방식이다. 쿠팡 측은 “정부 지시를 받았다”면서도 구체적인 부처나 기관명은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한달간 쿠팡의 대처 방식은 어처구니 없다 외에는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집주소 등 6개 항목의 개인정보가 3370만 명분이나 유출되는 사고를 내고도 진정성 있는 반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고 당시 한국법인 대표는 국회 청문회 직전 사임했고 신임 외국인 대표는 청문 내내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책임의 정점에 있는 김 의장은 해외 체류와 업무 등을 이유로 코빼기도 내밀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한국인, 불리하면 미국인임을 내세우는 전형적인 ‘검은 머리’ 외국인 행태다.
“별것 아니다”는 요지의 쿠팡 셀프 조사 발표 이후 미국 뉴욕증시에서 모회사 쿠팡Inc의 주가는 6% 이상 급등했다. 쿠팡과 김 의장이 노리는 게 바로 이것이었을 수 있다. 김 의장과 쿠팡은 어차피 한국인도 한국 기업도 아니다.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하더라도 쿠팡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고, 김 의장은 미국 시민권자이다. 이 때문에 국내 자산 기준으로는 분명 대기업 집단임에도 매번 총수 지정에서 제외되며 규제와 감시를 피해간다. 쿠팡은 막강한 정관계 로비력으로 유명하다. 벌써 미국 정계를 움직여 이번 쿠팡 사태를 한미간 통상문제로 비화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정부와 국회 출신 인사를 쿠팡이 대거 영입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못지 않게, 대범한 셀프 조사나 김 의장의 국회 불출석에 그런 배경이 작용한 건 아닌지 함께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