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한민국 작곡제전’이 지난달 9일~23일 서울과 대구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한국작곡가협회가 주관했고 국내 대표 작곡단체들이 참여한 명실공히 최고의 창작음악 제전이었다. 많은 음악회 중에서도 우리 작곡계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런 창작곡 음악회를 보는 것은 흔한 경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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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대한민국작곡제전 포스터. |
필자도 부산의 작곡 동인 ‘향신회’ 대표로 작품을 발표하게 되어서 운 좋게 음악회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음악회는 윤이상 서거 30주년 기념도 겸하였다. 그의 음악을 무대에서 접하기는 흔치 않은데 학술회도 열렸고 대표적인 작품들이 집중 조명되었다.
윤이상은 도교사상과 우리 아악을 결합한 음악으로 현대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곡가이다. 총 6회의 음악회 중 닷새는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이 주로 발표되었고, 마지막 대미는 그의 대표작 ‘예악’을 포함한 관현악곡들이 발표되었다. 이번 제전의 전체적 작품 경향은 대체로 강한 실험성이 돋보였다. 그 안에서도 또 각자의 것을 찾기 위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느껴졌다. 규모와 내용 등에서 대체로 의미 있고 성공적인 기획이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가장 아쉬운 점은 청중의 부재였다. 손님 없는 잔치였다. “전문가의, 전문가가 하는, 전문가를 위한 음악”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빗대어 밀턴 배빗이 현대음악을 비꼰 문구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음악이냐’란 것이다. 이것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시대의 모든 작곡가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공통된 문제이다.
이번 음악회에서 또 특기 할 만한 것은 대구의 역할이었다. 서울 외에는 대구에서 별도로 연주회를 가졌다. 대구는 일찌감치 영남 현대 음악제가 자리를 잡고 있고 작곡계도 활발하다. 부산의 역할에 대해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윤이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이상은 부산사범학교와 부산고교에서 3년 정도 재직하였다. 활동과 교류도 많았고 그가 부산에 남긴 흔적이 많이 있다. 그런 면에서 부산 작곡계에서 윤이상 타계 30주년과 관련된 아무런 행사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참으로 아쉬웠다.
바로크, 고전시대에는 음악회가 동시대 작곡가들의 작품만으로 구성되었다. 음악어법이 다르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앞 시대의 음악들이 연주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19세기 낭만시대에 와서야 이전 시대의 걸작들이 축적되면서 재조명되고 재연되기 시작했다. 멘델스존이 바흐를 재발견한 것도 그런 시대적 흐름의 일환이다. 바흐조차도 한때는 잊혀져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대가들은 바로 이런 역사의 검증을 거쳐 살아남은 이들이다.
우리의 작곡가 역사는 이제 백 년 정도이니 이들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래도 짧은 역사이지만 윤이상 박영희 진은숙 같은 세계적인 작곡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들은 우리 음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창작곡의 활성화를 위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작곡가들이 발표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재연이다. 연주가들은 익숙하고 검증된 서구의 작품을 연주하는 게 대부분이다. 연주가를 탓할 수도 없다. 먼저 우리 작곡가들이 더욱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면서 같이 발전해 왔다. 초연은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그러나 ‘초연’과 ‘재연’이란 시도와 검증을 계속 거쳐야 작품이 살아남는다. 우리의 창작곡도 ‘전문가들만의 음악’이 되지 않고 동시대의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그런 음악이 되었으면 한다.